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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아빠찬스 없는 외벌이는 평생 세입자"…천정부지 집값에 절망한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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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엠브레인,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여론조사

"계속 집값 오를 것" 43.6% "내릴 것" 15.3%

외벌이로 내집 마련 못해 61%

저출산문제 최대 걸림돌도 '집'

이데일리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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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진철 최훈길 기자] 결혼 5년차인 30대 후반 직장인 이모씨와 정모씨는 대학동기다. 첫 직장 입사부터 결혼까지 비슷한 시기에 했지만 내집마련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이씨는 결혼하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로 신혼집을 마련했다. 부족한 자금은 부모님께 도움을 받아 4년전 서울시내에 30평형대 아파트를 5억원대에 샀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씨의 아파트 시세는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씨는 “결혼하면서 아파트를 산 게 신의 한 수 였다”고 했다.

정모씨는 신혼집을 전세로 시작했다. 그는 인구 감소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를 믿었고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신뢰했다. 열심히 저축하면 작은 집 한 채 정도는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씨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모아둔 돈을 털어 전셋값을 올려주는데 써야했다. 4년전 처음 전세를 얻을 때 2억9000만원이던 아파트는 지금 6억원이 넘는다. 정씨는 “정부 말을 밎는 게 아니었다”며 “지금이라도 집을 사려고 돈 빌릴 데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3차례나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 불신은 심각했다. 정부·여당이 보유세 강화·대출 제한 등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집값이 내릴 것으로 보는 국민은 소수에 그쳤다. 반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서울·수도권 부동산 투자를 가장 성공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도 계속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43.6%)가 ‘내릴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15.3%)보다 3배가량 많았다. 만 30~34세(57.3%), 만 35~39세(50.3%), 서울 거주자(57.0%), 전세 거주자(48.9%)에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는 게 성공한 재테크이다’라는 문항에 61%가 동의했다. ‘그렇지 않다’는 14.0%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4~25일 전국 만 25~59세 남녀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대한 절망감도 컸다.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57.2%에 달했다.

하지만 ‘부모 도움 없이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응답자가 59.3%나 됐다. ‘집값 폭등으로 외벌이인 젊은부부가 집을 마련하기 불가능해졌다’고 본 응답자도 61%에 이르렀다.

연령별로는 20대 후반(64.0%), 30대 초반(67.1%), 30대 후반(65.2%) 등 청년층에서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부모세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직업별로는 학생(70.2%)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내 집 마련’이라는 질문에도 53.0%가 동의했다.

통계청과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작년 서울의 연간 가구평균소득은 6821만원이었고, 작년 12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2723만원이다. 1년에 7000만원 가까이 버는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꼬박 12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토끼몰이식으로 가둬놓고 세금폭탄을 때리다 보니 집값은 못 잡고 곳곳에서 불만만 커졌다”며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정권 따라 바뀌는 세금에 의존할 게 아니라 시장 원리에 따라 꾸준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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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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