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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트럼프 "시원해질 것" 바이든 "기후방화범"…대선 쟁점된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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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민주당 주지사들 산림 관리 잘못한 탓"

바이든 "트럼프 재선땐 기후변화 지옥 흔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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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휘닉스에서 열린 라틴계 연합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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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기록적인 산불이 '기후변화'를 대선 쟁점으로 밀어 올렸다. 캘리포니아주(州) 산불은 매해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올해의 전례 없는 규모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특히, 산불 피해가 심각한 미 서부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는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 지역 소속 주지사와 시장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겪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CNN에 따르면 산불 문제에 대해 한 달 가까이 공식 언급을 자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화재 현장을 찾아 "점점 더 시원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냥 지켜보라(It'll start getting cooler. You just watch)"고 말했다.

자리에 배석한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주 천연자원부 장관이 산불 브리핑을 하면서 '기록적 폭염 속에 발생한 산불은 단순히 산림 관리의 문제가 아닌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하자 나온 대답이다.



트럼프 "과학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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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토 공항에서 개빈 뉴섬 주지사 등으로부터 산불 피해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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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서부 산불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민주당 주지사들이 산림 관리를 잘못한 탓"이라고 지난 네바다주 유세 현장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크로풋 장관이 "과학이 당신에게 동의하기 바란다"고 하자 "나는 과학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꾸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이 자리에서 "우리는 분명히 날씨가 더워지고 건조함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매우 강하게 느낀다"며 "올해 8월 캘리포니아는 역사상 가장 더웠고 지난 5년 이상 지속된 가뭄으로 1만6300만 그루의 나무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는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과학을 옹호한다"며 "기후변화의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를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바이든 "트럼프는 기후방화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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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 부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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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은 바이든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바이든 후보는 특히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대해 4년간 2조 달러(약 2360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부 산불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도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자 바이든 후보는 공세를 높이고 있다.

이날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주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연설하며 "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정이 이런 기록적 산불과 홍수, 허리케인을 불러온 것은 아니겠지만, 그가 재선되면 이런 지옥 같은 일들이 더 흔해지고 더 심해지고 더 치명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방화범에 4년을 더 주면 미국이 더 많이 불탄다고 해도 놀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 부정이 '비양심적'이라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피해자를) 고르지 않는다. 당파적 현상이 아니라 과학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과학에 따른 것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성명에서도 그는 "거대한 산불 피해로 매연 공기를 마셔야 하느냐, 팬데믹 가운데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이냐는 선택 속에서 고통받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날을 세웠다.



남부선 허리케인…대선 쟁점이 된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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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열대성 태풍 샐리가 미국 남부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샐리는 허리케인으로 격상해 15일 플로리다·미시시피·앨라배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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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복스(Vox)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서부 지역의 기록적 폭염과 건조함이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산불을 연구하는 매튜 허터 교수(뉴멕시코 대학)는 "산불 확산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며 "이런 규모의 화재 원인으로 넓게는, 기후 변화로부터 온 기온 상승과 건조함 증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남부는 올해 들어 잦아진 허리케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시속 135㎞의 강풍과 시간당 300㎜의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 샐리가 15일 플로리다·미시시피·앨라배마 등 미 남부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말에도 허리케인 로라의 남부 상륙으로 루이지애나주에서 최소 6명이 숨졌다.

BBC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전문가들은 미국 남부를 위협하고 있는 허리케인과 서부 해안을 휩쓸고 있는 대형 산불을 기후변화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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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국립공원이 꺼지지 않는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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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로 미 서부에서 최소 35명 이상이 사망하고 남부에서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기후변화는 두 달도 남지 않은 미 대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미 '친환경'이란 화두는 전 세계 산업계를 움직이는 화두로 떠오른 상태이기도 하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현재까지 탄소배출권 판매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도 풍력 발전 회사에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불과 허리케인 피해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적 경각심이 올라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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