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州)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맥클레랜 공원을 방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현지 당국자로부터 산불 피해 현황 등을 보고받고 있다. [A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 대응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한 달여간 서부지역을 초토화하고 있는 산불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피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날씨가 곧 시원해질 것”이라는 식으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부인했다.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기후 방화범’이라고 지칭, 재선돼선 안 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州) 새크라멘토에 있는 맥클레랜공원을 방문, 산불 피해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보고라기 보단 팽팽한 언쟁의 현장이었다.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 천연자원부 장관이 기온상승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거론, “과학을 무시하고 나무 관리 탓으로 돌리면 캘리포니아인을 보호하는 데 성공할 수 없다”고 직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날씨가 시원해지기 시작할 거니까 두고 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크로풋 장관이 “과학이 대통령에게 동의하길 바란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받아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질 거라고 했던 대통령이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도 같은 예상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크라멘토 땅을 밟을 때부터 예고됐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나무가 쓰러지고 18개월이 지나면 성냥개비처럼 매우 건조하게 돼 폭발할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산림관리 잘못을 탓했다. 산림국가인 오스트리아·핀란드에선 이런 문제가 없다고도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피해 현황 보고장에서 “캘리포니아 산림의 57%가 연방 소유와 관리 하에 있고, 3%가량만 주가 관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기후변화는 실제다. 견해차를 존중해달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그는 이날도 “인도가, 중국이, 러시아가 방식을 바꿀 것 같나”라며 “꾸미고 있기 때문에 바꿔야 할 나라들이 많다. 우린 작은 점에 불과하다”고 밝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노력에 착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후보는 기후변화 대응에 신경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이날 델라웨어주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한 연설을 통해 “서부는 말 그대로 화염에 휩싸여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집과 동네가 불타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정이 산불과 기록적 홍수·허리케인을 불러온 건 아닐지 몰라도 그가 재선되면 이런 지옥같은 일이 더 흔해지고, 더 치명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조달러를 청정 에너지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설명,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에 주력했다. 기후 친화적 에너지·사회기반 시설 투자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 거라면서다. 바이든 후보는 집권하면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도 공언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의 동시다발적 산불로 최소 35명 가량 숨진 걸로 파악된다. 캘리포니아에선 올해 산불로 불탄 땅이 330만에이커(약 1만3354㎢)다. 코네티컷주보다 더 넓다. 홍성원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