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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얼어붙었던 시중은행의 채용 문이 다시 풀리기 시작했다. 신한ㆍ우리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ㆍ하나ㆍ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공개채용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영업점 폐쇄, 비대면 채널 확대 등으로 인해 은행별로 일반 행원직 채용 규모를 최대 5분의1 수준까지 줄이는 등 채용 가뭄이 현실화되고 있다. 반면 디지털 및 ICT 분야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면서 향후 일반직 공채 대신 전문직 수시채용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여파로 은행권 취업 '바늘구멍'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전일 하반기 채용 일정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하반기 채용은 총 250명 규모다. 일반직 신입행원 공개채용과 디지털ㆍICT 분야 수시채용 등을 모두 합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우리은행도 일반ㆍ디지털ㆍIT 분야를 합쳐 총 200명을 뽑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신입행원 공채와 경력직 수시채용을 포함해 상반기 630명, 하반기 350명 등 1000여명을 뽑았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신입 공채였다. 올해는 상반기 공채가 없었고, 하반기에는 수시채용을 포함해 총 250명을 뽑기 때문에 일반직 공채 규모가 작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300명, 하반기 450명 등 총 750명을 채용했다. 올해 채용 인원 중 공채 신입 행원 비중이 얼마나 될 지 확정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올해 상반기에 처음 수시채용을 진행해 40명의 전문 인력을 뽑은 상황으로 여기에 최근 합격자를 발표한 사무지원직군 25명을 합하면 신입 행원 채용 규모는 130명 정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의 5분의1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이미 채용을 시작한 지방은행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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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ㆍ하나ㆍNH농협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채용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인원과 진행 방식, 시기 등을 검토 중으로 추석 전에는 구체적 계획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채용 규모인 500여명 채용보다는 줄어든 절반 가량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정기공채와 수시를 합쳐 총 400여명 선발했던 하나은행은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를 포함 280명을 채용했던 NH농협은행은 빠르면 이번 주 하반기 채용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190명 가량을 채용했던 수준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원은 고연봉과 높은 복지 수준으로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기업 채용 문이 꽁꽁 닫힌 상황에서 이들 은행의 공채 소식은 취준생에겐 모처럼의 희소식이다. 하지만 채용 규모가 크게 줄면서 취업은 '바늘구멍'이 될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 및 영업점 축소 영향
시중은행들의 채용 감소는 코로나19 여파 속 수익성 악화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 및 영업점 축소와 관련된다. 올 상반기(6월 말 기준)에만 국민은행이 53개, 하나은행이 51개 영업점을 폐쇄하는 등 같은 기간 국내 17개 시중 은행의 점포 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총 146개가 축소됐다. 영업점 축소와 함께 근무인력 재배치로 그만큼의 신입 직원을 뽑지 않게 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활성화로 인해 영업점 근무인력이 재배치되면서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ㆍ전문직 인재 선호도 갈수록 커져
이런 가운데 디지털ㆍ전문직 인재 선호현상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디지털ㆍICT 석ㆍ박사 특별전형을 신설했다. 또 투자은행(IB), 금융공학, 디지털 기획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선발하는 맞춤형 수시채용 전형을 다음 달 중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일반전형과 함께 디지털, IT 등 3개 부문에서 신입 직원을 뽑는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뱅크 등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도 디지털ㆍIT 인력 수급에 불을 당기고 있다.
특히 예년에 비해 채용 규모가 축소된 데다 그마저도 ICT 인재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어, 일반직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목마름을 채워주기엔 역부족이란 토로도 나온다. 언택트 바람을 타고 디지털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ㆍ인터넷은행도 인력수급 경쟁에 뛰어들면서 일반직 수요는 줄고 ICT 인력은 '귀한 몸'이 되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과 ICT 등의 영역 구분이 이미 허물어지면서 전통 은행도 디지털금융으로의 탈바꿈이 화두가 된 상황"이라면서 "디지털ㆍIT 분야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갈수록 공채 대신 수시채용으로의 전환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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