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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이스타항공, 매각 무산 두 달만에 또 ‘팔겠다’ 나선 이상직 一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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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성공 시 사실상 증여 완료
"제주항공도 포기했는데, 왜 지금"…항공업계 의구심

불과 2달 전 제주항공과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에 도전한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거부하면서 열악한 재무 구조가 드러났기 때문에 또 한 번 계약이 무산되거나 헐값에 팔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소유자나 다름없는 이상직 의원과 그 일가가 논란이 되는 자산을 정리해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려하는 것 아니냐는 게 항공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상직 의원과 연관되면서 발생되는 정치적, 법적 리스크 때문에 오히려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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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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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통해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모펀드와 기업 등 총 8~10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들과 인수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는 게 이스타항공의 입장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친동생 이계연씨가 과거 계열사 대표로 있었던 SM그룹도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는 게 항공업계 전언이다.

이스타항공은 빠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 인수기업을 선정하고 10월 중 인수합병(M&A)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인수 의사를 나타낸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의 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와 이상직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탓에 매각이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에는 250억원 규모의 임금체불과 협력업체에 대한 미지급금 1700억원이 남아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본격 시작된 지난 3월부터 노선 셧다운에 들어가 매출이 전무한 상태고, 올해 초부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새로운 매수자가 인수한 이후에도 상당한 자본을 투입해야 이스타항공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소유주 이상직 의원 리스크도 걸림돌이다.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의 주식은 이상직 의원의 자녀들이 100% 보유 중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설립 당시 자본금이 3000만원에 불과했음에도 출처 미상 자금 100억원으로 이스타항공 주식을 사들였다. 정치권에서 편법 증여, 탈세, 특혜 대출 등의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와 관련돼 이 의원이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대신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주식을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마저도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이스타항공의 지분 7.49%를 보유한 2대 주주 비디인터내셔널에 대한 의혹도 있다. 비디인터내셔널의 대표는 이 의원의 친형 이경일씨다. 이 씨는 과거 이 의원이 경영했던 KIC 계열사 대표를 맡아 일하다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형 이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이 의원이 형의 이름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 아니냐는 차명주식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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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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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도 좋지 않다. 이달 초 이스타항공 직원 605명까지 해고되면서 여권조차 이 의원에게 등을 돌렸다. 지난 14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 의원은 창업주,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국민과 회사 직원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해달라"고 했다.

이 의원 입장에선 이처럼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정치적 압박이 쏟아지는 탓에 가능한 빨리 회사를 팔아버리고 싶을 거라는 게 항공업계 이야기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지 두 달만에 다시 자구노력 대신 재매각에 나선 것도 이러한 부담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다. 그러나 오히려 새로운 인수자에겐 이스타항공과 이상직 의원이 처한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불과 두 달 전 제주항공과의 계약이 파기되면서 이스타항공의 열악한 재무 구조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새 주인이 상당한 자본금을 투입돼야 이스타항공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데 그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상직 의원에 대해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부분도 새로운 매수자가 감당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M&A는 결국 시장이 반등할 거란 기대감이 전제돼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금의 항공업계 사정과 이스타항공의 정치적, 법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제주항공이 제시했던 인수 가격(545억원)보다 훨씬 더 싼값에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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