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용등급에 기반을 둔 대출 시스템 아래서는 상환 의지가 있어도 신용이 낮으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다. 이들은 연 이자가 20% 안팎인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게 현실이다. 이런 금리로 돈을 빌렸다가는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금리 대출의 폐해를 겪어본 서민들이라면 국가가 신용위험을 떠안아 저금리로 지원한다는 이 지사의 주장은 얼핏 듣기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지사의 주장처럼 보편적 기본권의 하나로 저리 대출권을 주는 방안은 부작용이 큰 구조다. 금융업은 신용에 비례해 이자가 붙는다. 그래야 반드시 필요한 돈을 갚을 만큼 빌리도록 강제한다. 금융분야에서 최소한의 장치이자 기본적인 작동 원리다. 기본대출은 이런 금융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만드는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선 가수요가 불가피하다. 실제 1.5%의 금리가 적용된 1차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때 이런 모습을 목격했다. “일단 받고 보자”식이었다. 정부 부담도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떼인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 국민은 능력만 있으면 빚을 갚으려는 선의가 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돈을 못 갚는 사람은 반드시 생긴다. 특히 신용도가 낮다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기본대출이 서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약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햇살론 같은 정책금융은 이용자들이 고금리 대출을 다시 늘리는 행태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금융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은 복지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정치가 금융을 끌어들이면 자칫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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