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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스라엘, UAE·바레인과 수교 협정…팔레스타인 “슬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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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 미국 백악관서 ‘아브라함 협정’ 서명

[경향신문]



경향신문

협정문 들고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국교정상화에 합의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했다. 왼쪽부터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협상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외무장관. 워싱턴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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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트럼프 ‘실익’…5~6개국과 추가 협정 준비
“중동 평화” 자찬 불구 ‘팔’ 해법 빠져 “정치 쇼” 비판도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바레인, 두 아랍국가와 국교정상화 협정을 맺었다. 중동에서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게 된 이스라엘과 이번 협정을 중재한 미국은 “중동 평화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오랜 분쟁 이슈인 팔레스타인 관련 해법이 빠졌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은 “사진만 남은 정치적 비즈니스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대표들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 모여 국교정상화 협정문에 서명했다.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의 공통 조상인 성서 속 인물의 이름을 따 ‘아브라함 협정’이라고 발표했다. 협정문은 영어, 히브리어, 아랍어 등 4개의 언어로 작성됐다. 팔레스타인 강제점령 후 중동에서 ‘공공의 적’이었던 이스라엘은 이날 협정으로 이집트(1979년), 요르단(1994년)에 이어 두 개의 아랍국과 국교를 맺게 됐다. 협정문에는 이스라엘과 UAE, 이스라엘과 바레인이 각각 관광, 기술, 자원(에너지) 분야에서 어떻게 수교할 것인지가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정식에서 “수십년 동안의 분열과 혼란 끝에 새로운 중동의 새벽을 맞았다”고 자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오늘의 평화는 다른 아랍국들과의 관계로 확장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중동의 분쟁을 끝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5~6개 아랍국과 다음 협정을 준비하고 있다. 수단, 오만과의 협정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번 협정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의 첫 평화회담을 중재하는 등 연이어 ‘중동평화’를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약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친이스라엘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범죄로 재판을 받았고, 코로나19 위기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협정문에는 중동 평화의 핵심인 팔레스타인 관련 해법도 빠졌다. 이스라엘은 UAE와의 협정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일부를 합병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했으나 협정문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두루뭉술한 내용만 담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 역시 세부적으로는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에 ‘UAE에 F-35 스텔스 전투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유대계 이익단체 제이스트리트의 제러미 벤아미 회장도 “이번 협정은 비즈니스 거래일 뿐 평화를 위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은 슬픈 날”이라며 “팔레스타인이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강제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이 자치권을 찾게 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협정은 사진촬영용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날 협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도 16일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의 다음 수교 대상국이었던 카타르는 “이스라엘과의 국교정상화가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는 사우디아라비아지만, 사우디는 아직까지 “준비가 덜 됐다”며 뜸을 들이고 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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