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이날 긴급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최근 재산 허위신고 의혹에 휩싸인 김 의원에 대해 제명을 의결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전 후보자 재산신고에서 아파트 분양권 1채(올 2월 시세 12억3500만원)를 누락했다. 김 의원 최종 제명은 정당법 33조에 따라 내주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 소속 의원 176명 중 절반 이상의 동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홍걸 의원. [연합뉴스] |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긴급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당 윤리감찰단장인 최기상 의원이 김 의원에 대한 비상징계 및 제명을 이낙연 대표에게 요청했다”며 “최고위는 비상징계 및 제명의 필요성에 이의 없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당 윤리감찰단을 구성, 김 의원에 대한 감찰·조사에 착수한 지 이틀 만이다.
최 대변인은 제명 결정의 이유를 “윤리감찰단이 김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신고 등)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는데, 감찰 업무에 성실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당의 부동산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과다 보유 등으로 당의 품위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징계 의결의 근거로는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않으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당 최고위 의결로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는 비상 징계 당규를 들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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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에 대한 제명 결정은 일부 최고위원들도 긴급 최고위가 소집된 뒤에 인지했을 정도로 갑작스레 이뤄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최기상 윤리감찰단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이낙연 대표에 “보고가 필요하다”고 연락했고, 서울 통인동 통인시장 방문 일정을 30분가량 당긴 이 대표는 오후 5시로 최고위를 소집했다. 이 대표는 4시 30분쯤 국회로 돌아와 최 단장을 먼저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최 단장은 “김 의원으로부터 여러 소명이나 주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성실히 응할 의사가 없다. 탈당 의사도 없으니 제명을 요청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이에 박광온 사무총장이 제명 의결에 필요한 당헌·당규를 검토해 이 대표에 보고했다. 이 대표는 이어진 최고위 회의에서 당 최고위원들에게 각자의 견해를 물었고,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본인이 탈당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 중앙선관위 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테니 당 입장에선 최고 수위의 징계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 대변인은 “김 의원도 당의 결정을 이의 없이 수용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왼쪽)·김홍걸 의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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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2016년 동교동계 의원들의 권유로 민주당에 입당한 지 4년 만에 당적을 잃게 됐다. 다만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의원직은 유지한다. 공직선거법 192조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이 당적을 잃어도 그 사유가 정당 간 합당이나 정당 해산, 또는 제명인 경우 의원직을 잃지 않는다. 비례대표는 탈당을 해야 의원직을 잃는다. 더불어시민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이 부동산 관련 문제로 제명된 건 양정숙 무소속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DJ 아들의 불명예 퇴출이란 부담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신속하게 제명 결정을 내린 데엔 동교동계 의원들의 영향이 있었다는 관측이다. 앞서 김한정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 김홍걸 의원이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썼다. 이와 관련, 한 최고위원은 “김 의원의 글은 동교동계 전체 견해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DJ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이낙연 대표도 왜 고민이 없었겠느냐. 그럼에도 당 대표로써 결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왼쪽),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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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재산 허위신고 의혹 외에도 2016년 연달아 주택 3채를 구입해 부동산 투기 의혹, 처분을 약속했던 18억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한 사실 등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 왔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이면서 남북경협주를 대량으로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을 자초했다. 동교동 사저(감정가 32억5000만원 상당)를 둘러싸고 형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지난해 유산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야당 반응은 냉소적이다. 배현진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당 명부에서 이름만 빼고 계속 같은 편인 게 무슨 징계인가”라며 “진정 반성한다면 김홍걸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의원직 제명’토록 조치하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분(김홍걸)은 그리스도입니다. 추미애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잘리셨거든요”라며 “윤리를 모르는 자들이 갑자기 윤리적인 척하는 데에는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신의 섭리가 있는 겁니다”라고 비꼬았다.
김효성·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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