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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돈 있어도 못맞는다" 독감 백신 유료 접종분 3분의1로 줄어 '대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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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병의원에 공급되는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물량이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독감 백신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부터 정부가 무료 접종 대상자를 크게 넓히면서, 민간 공급량이 줄어든 영항이 컸다. 국회에선 '전국민 독감 백신 접종'을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실제 병의원에선 돈이 있어도 백신을 맞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커졌다.

◆민간 물량 66% 줄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의원에는 예년보다 일찍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과 문의 전화가 폭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독감이 겹치는 '더블 팬데믹'을 막기 위한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찾은 서울 송파구 한 ㅂ의원 간호사는 "확실히 예년보다 백신을 빨리 맞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8월 말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맞은 인원이 작년보다 4~5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o 이비인후과 간호사는 "어린이·청소년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22일부터는 이미 예약이 다 차서 이른 아침 시간대만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예약을 했어도 현장에서 기다려야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의원으로의 백신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부터 독감 백신 중 무료 접종 대상자가 늘면서 유료 접종 물량은 크게 줄어어든 탓이다. 지난해까지는 생후 6개월∼만12살, 임신부, 만 65살 이상이 무료 접종대상이었지만, 올해는 생후 6개월∼만18살, 임신부, 만 62살 이상으로 확대됐다. 올해 확보된 독감 백신 물량은 약 3000만명 분(2964만 도즈) 중 무료접종 분은 1900만명으로 전체 63%에 달한다. 지난 해보다 500만명분이 늘었다.

서울 종로구에 o병원장은 "판매를 위해 받은 백신 물량이 예년보다 66% 줄어들었다"며 "간호사들 먼저 맞으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백신 생산도 쉽지 않다. 올해 국내 유통되는 독감 백신의 생산은 지난 8월 이미 끝났고, 다시 독감 백신을 생산하려면 적어도 3~4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추가 생산을 아무리 빨리 한다해도 이미 독감 유행 기간이 다 지난 내년 1월에나 접종이 가능하다"며 "남은 물량은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추가 생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돈 있어도 못 맞는다

상황이 이렇자 무료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대다수(19~61세)는 돈을 주고도 백신을 맞지 못할 수 있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 국민 무료접종'이라는 황당한 정치권 공방에 대한 비난도 거세졌다.

서울 서초구 ㅎ 내과에서 만난 주부 윤 모씨는 "백신 공급은 이미 한정된 상황에서 정부가 무료 접종을 확대하면 나머지 사람들의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적절한 대안 없이 비현실적인 공방만 이어가는 국회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데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 접종 시기가 빨라지면 독감 유행이 끝나기 전에 백신 효과가 사라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독감 환자는 12~1월 가장 많이 증가하고 다시 감소하다가 2~4월 다시 늘어난다. 따라서 의료계에선 독감 백신의 효과가 6개월 가량 지속되는 것을 감안해 10월을 최적의 접종 시기로 권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ㅎ내과 원장은 "백신 효과가 최대 6개월이기 때문에 노약자는 더 빨리 면역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9월에 맞는다면 내년 2월 이후엔 독감에 걸릴 위험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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