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운동가 홍 라우. 홍 라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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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한국 정부에 중국·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 중단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범죄인 인도조약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먼 청(Simon Cheng)과 홍 라우(Honcques Laus)는 지난 18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범죄인 인도조약이 해외의 홍콩인과 자유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만큼 한국이 이를 중단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고 20일 경향신문에 e메일을 보내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홍콩을 떠나,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편지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이 정치적 의견 때문에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의해 수배되고 망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자유주의 세계의 저명한 일원으로서 한국의 지지가 정말 중요하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과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을 비판하는 용기있는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 등 많은 자유주의 국가들이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했고, 중국과는 조약을 맺지 않았다. 한국이 홍콩·중국의 권위주의 정권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한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때 그랬던 것처럼 홍콩인들은 민주화 시위로 경찰의 만행과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 됐다”고도 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사이먼 청과 홍 라우가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보낸 편지 |
사이먼 청은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으로 일하던 지난해 8월 중국 선전으로 출장을 다녀오다 공안당국에 의해 15일간 구금된 뒤 풀려났으며, 지난 6월 영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망명했다. 사이먼 청은 망명 이후 “눈가리개와 족쇄를 한 채 공안에게 영국이 홍콩 시위를 부추겼다는 점을 실토하지 않으면 중국 본토로 보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홍콩을 떠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팽창하는 전체주의에 맞서 싸우고,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라우도 홍콩보안법 시행 직전인 지난 6월 영국으로 건너가 생활하고 있다. 그는 중학생 때인 2017년 11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홍콩 독립’이라고 적힌 휴대전화 화면을 들어보인 일로 유명해졌다. 홍 라우는 최근 홍콩자유언론(HKFP)과의 인터뷰에서 “보안법이 시행되자마자 정부가 나를 쫓아올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홍콩을 탈출했다”며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중국 공산당에 맞서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외국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보안법 제정 이후 민주화 운동가들의 정치적 망명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보안법 시행 직후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전 주석이 영국으로 망명했고, 2014년 ‘우산혁명’과 지난해 범죄인송환조례(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서니 청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망명 사실을 알렸다. 홍콩 경찰은 보안법 시행 이후 ‘국가분열 선동’과 ‘외국세력 결탁’ 등의 혐의로 해외 망명 인사들에까지 수배령을 내리고 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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