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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트럼프 판흔들기 또 통했다···경제·정치 다 챙긴 틱톡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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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얼굴 옆, 그가 정면 조준한 중국 앱 틱톡과 위챗의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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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앱 틱톡(TikTok)을 미국화하며 ‘꿩 먹고 알 먹기’ 거래의 기술을 십분 선보였다. 이번 거래 성사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본사 미국 이전으로 인한 2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 미국인 1억명의 개인정보 중국 유출 차단 명분, 틱톡의 50억 달러(약 5조8100억원) 규모의 교육 기금 출연 등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재선이 걸린 대통령 선거를 약 6주 남긴 시점에 거둔 수확이다.

오라클은 19일(현지시간) 거래 성사를 발표하며 신규 기업인 ‘틱톡 글로벌’의 지분 12.5%를 소유한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7.5%를 가져가기로 합의했다고 별도로 발표했다. 틱톡의 모(母)기업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둔 바이트댄스(ByteDance)가 틱톡 글로벌 지분의 80%를 갖지만, 바이트댄스 지분의 약 40%를 미국 투자회사인 세쿼이아 등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오라클ㆍ월마트 측은 “사실상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건 미국인 셈”이라고 주장한다. 오라클의 최고경영자(CEO) 사프라 캣츠는 이날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틱톡 사용자들 개인정보 보안을 (중국으로부터) 지킬 수 있게 됐음을 100% 확신한다”고 밝혔다. 캣츠는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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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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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거래 성사까지 트럼프는 특유의 ‘롤러코스터’ 협상술을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틱톡 등 중국산 앱을 미국에서 금지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시한을 이달 20일로 못 박았다. 곡절 끝에 틱톡의 모(母)기업 바이트댄스와 미국 중견기업 오라클과 월마트와의 거래 성사로 가닥이 잡혔지만, 20일 시한이 임박하면서 트럼프식 판 흔들기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바이트댄스와 오라클의 기술 제휴 승인 여부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인 16일 “틱톡 거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을 바꾼다. 그의 심복인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같은 날 “예정대로 20일부터 틱톡을 미국에서 다운로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폭스뉴스에 밝힌다. 바이트댄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장이밍(張一鳴)에겐 1억명 회원뿐 아니라 상징적 파급 효과가 상당한 미국 시장을 잃을 수 있는 애타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ㆍ재무부ㆍ상무부 인사들은 월스트리트저널(WSJ)ㆍ폭스뉴스 등에 관련 정보를 단독으로 제공해가며 언론 플레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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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자서전 『거래의 기술』 표지. 왼쪽은 한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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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가 시절 펴낸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도 자신의 협상술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저서에서 “나는 도박꾼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고 대비한다”, “절대로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한 가지 거래, 한 가지 방식만 고집하지 않으며 거래가 일단 성사되더라도 최소한 대여섯 가지 방법을 동원해 일을 추진한다”고도 적었다.



경제 실리도 챙기고 정치 명분도 손에 넣다



‘사업가’ 트럼프의 노회한 기술은 이번에도 통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보안 관련 우려가 해소됐다”면서 “틱톡과 오라클의 딜에 축복을 보낸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승리 선언이다.

정치적 이득도 챙겼다. 틱톡 글로벌의 본사를 텍사스에 두기로 하면서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텍사스는 ‘집토끼’다. 텍사스는 조지 W 부시 등 공화당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전통적인 우파 텃밭이다. 하지만 최근 표심이 흔들린다는 동향이 감지돼왔다. 게다가 텍사스에 배당된 선거인단 규모는 38명으로, 55명인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트럼프로서는 잃을 수 없는 표밭이다. 이에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물을 텍사스로 점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틱톡이 별도로 약속한 50억 달러 규모의 교육 기금도 배후가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50억 달러는 트럼프가 원하는 방식의 역사 교육을 위한 재원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치적 효과까지 노린 트럼프의 치밀한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미국 학생은 가짜 역사 교육을 받고 있다”며 “애국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한 ‘1776 위원회’도 설치했다. 1776은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 해에서 따왔다. 블룸버그는 50억 달러가 이 위원회를 위해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작 바이트댄스는 이 기금에 대해 “관련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입장만 냈다.

마무리 절차는 남아있다. 중국 정부의 승인 절차 등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수출할 경우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미 상무부가 틱톡 금지를 백지화하지 않고 “연기 조치 시행을 27일까지로 연기한다”고만 밝힌 배경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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