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민낯, 날선 감정…낯선 신민아 “신선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화 ‘디바’에서 죄의식과 질투로

무너져 내리는 다이빙 선수 역할

[경향신문]

경향신문

그간 밝고 건강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배우 신민아는 영화 <디바>에서 복잡한 감정에 빠져 스스로를 파괴하는 이영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꼭 하고 싶었던 장르·캐릭터
끊임없이 평가받는 사회에서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에 공감
나 역시 질투·부러움 느꼈다”

무심코 배우 신민아(36)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다 조금 놀랄 때가 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생기발랄한 여주인공을 주로 맡았을 것이라 지레짐작했는데 의외로 ‘활동영역’이 넓었다. 영화 데뷔작 <화산고>(2001)와 <무림여대생>(2008)에서는 액션연기를 했고, <달콤한 인생>(2005)에서는 주인공의 인생을 망치는 ‘팜파탈’로 나왔다. <고고70>(2008)에서는 춤과 노래, 밴드에 미친 역할로 춘사영화상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물론 <야수와 미녀>(2005)나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같은 로맨틱 코미디가 흥행에도 성공하고, 신민아를 더 돋보이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배우 신민아는 이와 상관없이 계속 도전을 해왔다.

23일 개봉하는 <디바>는 신민아의 연기 이력에 ‘정점’이 될 수도 있는 영화다. 죄의식과 질투심 등이 섞인 복잡한 감정에 빠져 스스로를 파괴하는 다이빙 선수 이영을 맡아 영화를 홀로 이끌어 나간다. 지난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신민아는 “이런 장르에서, 이런 캐릭터를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다”며 “감정선만 잘 그려진다면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고, 창백하고 서늘한 내 얼굴이 낯설면서도 신선했다”고 말했다.

<디바>의 주인공 이영은 실력과 스타성, 인성까지 겸비한 스타 다이빙 선수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수진(이유영)의 실력이 모자란 것을 알면서도 끌어주려 애쓴다. 수진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못 나가게 되자,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과 짝을 이뤄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으로 도전해보자고 권한다.

이영은 어느 날 수진과 함께 타고 가던 차가 바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 뒤 기억을 잃어버린다. 이영은 큰 부상 없이 살아 나왔지만, 수진의 행방은 묘연하다. 실종된 수진은 이영 앞에 환청과 환영으로 나타나고, 이영은 자신의 마음속에 감춰뒀던 오랜 감정을 마주한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민아는 <디바> 출연을 결정하고 난 뒤 두 가지 숙제를 받아들었다. 신민아는 “(관객들에게) 다이빙 선수로 보여야 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영화가 이영의 감정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다 보니, 그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시놉시스만 봐도 어려운 배역임을 알 수 있었지만 선택할 때 망설이지는 않았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신민아는 “워낙 많은 분들이 밝고 건강한 제 모습을 기억해주시는데, 저는 (이영 같은) 이런 캐릭터와 장르에 목이 말랐던 상태였다”며 “신선한 캐릭터에 강한 끌림이 있었고, (이런 역할을 하는) 제 모습이 낯설다기보다는 꼭 해보고 싶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가벼운 고소공포증이 있었지만 훈련 단계를 조금씩 높여가는 방법으로 극복해나갔다. 신민아는 “<화산고>나 <무림여대생>때도, 이번에도 ‘생각보다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며 “운동을 즐겨하지는 않지만, 몸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이영의 내면이었다. 다행히 배우 신민아와 <디바> 속 이영이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신민아는 “나도 살아가면서 마음속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나를 너무 괴롭혔다”며 “이영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데, ‘내가 나를 괴롭히는 순간’에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동료를 의식하고 질투하는 것 역시 겪어본 감정이었다. 신민아는 “질투, 부러움 같은 것들은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끊임없이 평가받는 이 사회에서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일 것”이라며 “나 역시 나보다 잘하는 배우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고, 그때마다 스스로 내 안을 들여다보려 애썼다”고 말했다.

<디바>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배역뿐만 아니라 제작자(김윤미), 감독(조슬예), 촬영감독(김선령)도 여성이다. ‘민낯’에 수영복 차림으로 자주 나서야 하는 신민아에게는 낯설지만 편안한 환경이었다. 신민아는 “여자 감독님과 영화를 찍는 게 이번이 3번째인데, 전에는 ‘여자 감독님이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제는 ‘여성 스태프들이 많아졌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며 “여자가 주체적으로 끌고 가는 영화이니만큼 잘 어울리는 패키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 모델로 출발한 신민아는 어느새 연기경력 20년을 맞이한 배우가 됐다. “주어진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신민아는 “10~20대 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와 30~40대 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달라지는데, 나도 그만큼 성숙해져야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다행히 세월이 흘러도 그 열정과 하고 싶은 욕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