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등 해안도시 피해 커질 우려
탄소배출 줄이고 홍수 대비해야
[창간기획]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해수면이 30㎝만 높아져도 부산 해운대, 인천 송도 같은 해안 도시엔 어마어마한 침수 피해가 발생합니다. 한반도 해안선이 수㎞ 후퇴하는 것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녹아내린 그린란드의 빙하가 전 세계에 초래할 ‘나비효과’를 경고해 왔다. 빙하 유실의 배경엔 지구온난화 현상이 있다. 온난화 원인은 전력 발전과 화석연료의 연소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증가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417.9㏙)는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전 지구 평균농도(409.8㏙)보다 높았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빙하의 유실량을 주시하고 있다. 전 세계 해수면 상승에 직격탄이라서다. 빙하가 녹아 범람한 물은 바다로 유입되고, 불어난 바닷물은 육지를 서서히 집어삼키며 대재앙을 예고한다.
그린란드 북동부의 79N 빙붕(바다에 떠 있는 얼음)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다. [사진 그린란드 지질조사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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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의 빙하 유실이 불러올 재앙은 숫자로 나타난다. 지난해 10월 국제 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2050년 전 세계 3억 명이 거주하는 지역에 매년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이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10년 뒤 우리나라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인구 절반 이상이 사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등에서 332만 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인천공항·김포공항을 비롯한 국가 기간시설들이 완전 침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빙하의 녹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50개 기관 소속 극지 연구자 96명으로 이뤄진 ‘빙하질량균형비교운동’(IMBIE)은 1992년부터 2017년까지 남극과 그린란드에서 녹아 내린 얼음이 총 6조4000억t이라고 밝혔다. 지구의 해수면을 17.8㎜ 높일 수 있는 양이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리즈대 앤드루 셰퍼드 교수는 “전 세계 해수면이 1㎝ 상승할 때마다 600만 명이 홍수와 해안 침식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탄소 감축을 위해선 실현 가능한 연도별 감축 목표치 설정과 석탄발전 중단 등 실행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백민 교수는 “빙하 유실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수퍼 태풍’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과 맞물려 우리나라에서 더 심각한 복합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며 “탄소 배출 제로(zero) 사회로 가야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팀장은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그린뉴딜은 친환경 산업 육성에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지만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탄소 감축을 진행하고 홍수 등에 대비해 댐을 건설하며 하천 피해를 막는 대책도 즉각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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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기획 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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