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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코로나19 사망자 20만명 넘어… “다섯차례 전쟁 전사자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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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트남·이라크·아프간·걸프戰 등

성인 백신은 내년 여름 기대, 어린이 백신은 시험 시작도 못해

세계일보

미국 뉴욕의 한 병원 구급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마스크를 착용한 환자를 의료진이 돌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망자가 22일(현지시간) 20만명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백신 출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지만, 미 언론은 내년 여름에나 어른용 백신이 나올 것이고 어린이용 백신 시험은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688만4032명, 사망자 수를 20만541명으로 집계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각각 전세계의 22%, 21%에 달한다.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 5명 중 1명이 미국인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망자 20만명에 대해 “베트남전과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수의 거의 2.5배”라고 전했고, CNN은 “한국전쟁,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걸프전 등 가장 최근 5개 전쟁의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규모는 “9·11 테러가 66일간 연속으로 발생한 것과 같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109번 발생한 셈”이라면서 “첫 사망자 발생일로부터 매일 858명이 죽은 셈”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는 심장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이 됐다.

AP통신은 “첨단 연구실과 일류 과학자, 많은 의약품 등을 갖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에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8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치”라고 지적했다. NYT도 “미국에서 ‘사망자 20만명’을 예측한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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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한 가게에서 시민들이 손 세정제로 손을 닦고 있다. 뉴욕=신화통신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는 3월에 미국 내 사망자를 5000명으로 예상했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4월에 6만명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 “7만5000명, 8만명에서 10만명 사이의 어딘가”라고 했다.

사망자가 20만명을 넘어선 것은 암울한 이정표이지만 여전히 끝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뉴욕·뉴저지주 등 해안가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하다가 캘리포니아·플로리다·텍사스·애리조나 등 남부 ‘선벨트’를 거점으로 재확산했고, 이제 시골 지역과 대학가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도 불안함을 키운다. 서늘한 날씨로 내부 활동이 증가하고 독감철이 다시 찾아오면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전염병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3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워싱턴대 IHME는 내년 1월 1일까지 사망자 수를 37만8320명으로 관측했다. 연말까지 약 18만명이 더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IHME는 “마스크 사용을 95%까지 올리면 11만500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 착용을 거의 완벽하게 지키더라도 6만5000명이 더 희생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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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미국 뉴욕에서 환자가 옮겨지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출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NYT는 “어른의 경우 내년 여름까지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도 “하지만 어린이들은 아마도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대유행 9달 만에 전세계에서 최소 38개 이상의 실험용 백신이 임상시험에 들어갔지만 백신이 어린이들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어떠한 시험도 미국에서 시작되지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통상 어른을 대상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에 10대 청소년을 시작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시험을 확대한다. 백신 제조사들이 어른을 대상으로 한 2단계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자마자 올해 여름 어린이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어린이 시험에 돌입한 제약사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 가을 이후가 돼야 어린이를 위한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반 앤더슨 에모리대 의과대학 교수는 “다음 학년(2021∼2022학년도)까지도 아이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없을까봐 매우 걱정스럽다”고 NYT에 밝혔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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