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으로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이 23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기자회견을 한뒤 퇴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무소속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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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관련해 불거진 의혹은 개인의 의혹이기에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무소속으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토위 활동 기간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가 국토부 등 피감기관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해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박 의원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STS 공법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이후 그의 가족 회사가 관련 공사 수주와 함께 신기술 사용료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날도 “어떤 부정청탁이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히 말씀드린다”며 “낙후된 농촌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함이었지, 직위를 이용해 개인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을 ‘희생양’으로 표현하며, 여당과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여당과 다수 언론의 왜곡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사태에 이어 윤미향 의원과 추미애 장관 사태까지, 현 정권 들어 공정과 정의의 추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권에 대한 부정적 기류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저를 희생양 삼아 위기탈출을 하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박덕흠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 21일 오후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하는 박 의원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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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을 부인해 온 박 의원이 갑자기 탈당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당 지도부의 압박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박 의원은 ‘지도부와 상의해 결정했나’란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박 의원의 탈당으로 국민의힘 의석수는 103석으로 줄었지만,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거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등의 부담은 줄어들게 돼 당 지도부 입장에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의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이 원하는 건 탈당이 아니라 즉각적인 국회의원직 사퇴”라며 “심지어 자신은 현 정권의 위기 탈출을 위한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어설프게 이런 식으로 도망가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무책임하게 박 의원의 탈당계를 접수하는 것으로 이 사태를 종결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박 의원 의혹으로 재점화된 이해충돌 논란을 두고 야권은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로 논란을 일으킨 포털 회사 부사장 출신 의원은 여전히 포털 소관 상임위원”이라며 “원칙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윤영찬 의원을 겨냥했다.

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해충돌 문제가 정치적 공방에 매몰돼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여야 합의로 전수조사위를 구성하고, 이해충돌 기준을 명확히 해 상임위도 재조정하자”고 제안했다.

박덕흠 의원이 23일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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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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