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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아스팔트·시멘트 가득한 도심이 부른 광화문 물난리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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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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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21일 차량들이 물에 잠긴 광화문 사거리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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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24일 광화문 물난리…아스팔트·시멘트 가득한 도시개발이 원인?

다음주면 추석 연휴가 찾아옵니다. 10년 전 오늘은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었는데요. 그해 추석 연휴에는 서울이 물바다가 됐습니다. 추석 연휴 첫날이던 9월21일부터 서울에 259.5㎜의 집중호우가 내렸거든요.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은 철로는 물론 개찰구까지 물이 들어차 지하철역이 전면 통제됐습니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하수관에 빗물이 역류해 도로로 넘쳤습니다. 물높이가 성인 무릎까지 올라와 광화문 일대 자동차들은 속절없이 잠겼습니다. 청계천 산책로도 물이 차올라 출입 금지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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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난리가 난 지 이틀이 지난 23일 낮, 광화문 광장 초입에서 12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오강석씨(51)는 젖은 약을 선풍기로 말리고 있었다. 오씨는 “청와대가 지척이고 임금들도 살았던 광화문은 모든 치수의 시발점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그런데 광화문이 이렇게 물에 잠기다니 보기좋게 배신당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씨는 “이 일대 상인들은 ‘광화문 광장과 청계천 공사 후 물이 빠지지 않는 현상이 심해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문화회관 내 꽃집 주인인 김충희씨(56)도 “평소에도 철망으로 촘촘히 막힌 맨홀들 때문에 부유물이 걸려버리면 그대로 물이 역류하는 현상이 이어져왔다”면서 “여기에 이상기후에 따른 집중호우에 대비하지 못한 탓에 일어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향신문 2010년 9월24일 1면 보도)

이날 경향신문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주의 도시개발’이 광화문광장을 물바다로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빗물이 스며들 물 길이 없어 물난리가 났다는 것이죠. 엄형철 서울환경연합 운영위원장은 당시 경향신문에 “광화문 일대는 공원 조성으로 불투수층(물이 스며들지 않는 층)이 넓어져 빗물이 지하수로 침투될 공간이 더욱 좁다. 이 정도로 도심 한복판이 마비된 것은 도시 계획·설계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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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광화문 물난리 피해는 실제로 근본 침수대책 없이 서울시가 외관 꾸미기에 치중했기 때문에 일어난 ‘인재’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12년 5월30일 감사원은 서울시 등 8개 지자체의 2009년 이후 침수예방 및 복구공사를 대상으로 한 ‘도시지역 침수예방 및 복구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서울시가 2010년 5월 광화문광장을 준공할 때 광화문 사거리의 하수도가 급격히 꺾이는 ‘C자형’으로 설치돼 집중호우가 내리면 빗물 속도가 느려지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9월 침수 이후 광화문광장에 발생한 침수 피해는 68건에 달한다고 해요. 2011년 7월에도 집중호우가 내리자 광화문광장이 2시간 넘게 물에 잠겼습니다. 당시 감사원 관계자는 “서울시가 30년 만에 내릴 법한 정도의 큰 비에 대응하도록 하수도를 확충하는 등 근본적인 침수대책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현재 광화문 일대는 ‘침수취약지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를 포함한 7개 침수취약지역(강서구청사거리, 오류역, 길동, 사당동, 망원, 강남역, 광화문 일대)에 2021년까지 침수취약지역 해소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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