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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충무로에서] 국민 불편하게 하는 위정자들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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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인에게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DNA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수천 년이 흘러도 우리 민족에게 남아 있는 고유한 특성을 언급할 때 그렇다. DNA는 인간 등 생명체가 가진 유전적 정보(유전자)의 총합을 뜻하는데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용어를 차용해 쓰기도 한다.

민족 간에 서로 다른 DNA는 생김새나 신체 역할 등에서 차이를 가져온다. 예컨대 맛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DNA를 가진 민족은 음식 문화가 발달할 수 없고, 근육량이 적은 DNA로는 K팝 같은 현란한 춤을 기대하기 힘들다. 생명과학계는 한국인의 공통된 DNA는 생물학적 능력뿐만 아니라 감정과 의지마저도 비슷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갑자기 DNA 얘기를 꺼낸 것은 국민을 대하는 공직자 태도 같은 것이 우리 DNA 속에 격세유전적으로 변치 않고 남아 있지 않나 싶어서다.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고 섬겨온 역사가 짧기 때문에 위민(爲民)하는 공직자들의 DNA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이 '국민'과 '협치'를 입에 달고 살지만 이를 실체화하는 DNA가 없기 때문에 위정자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인지 모른다. 조국 사태에 이어 지금은 추미애 장관, 윤미향 의원 일로 온 국민의 편 가르기가 일상화됐다. 쏟아진 부동산 대책들은 집값 불안만 키우고, 의료 대란 위기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다. 코로나19로 국민은 생계가 막막한데도 철밥통 사수를 위한 위정자들의 내로남불 행태는 국민에 대한 예의에서 벗어나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남 탓'과 '자기 편 감싸기'가 공존하는 행태는 여야를 불문하고 권력자 DNA에 내재돼 있지 않은가 싶다.

지난주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박철곤 갈등문제연구소장은 최근 우리 사회 갈등과 분열의 이유를 내부 DNA에서 찾았다. 박 소장은 "우리에겐 남과 차분히 앉아 토론하는 문화가 없고, 감정적으로 떼쓰는 데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는 베스트셀러인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유전자는 '잠재적' 불멸성의 특성을 갖는다고 적었다. DNA가 수백만 년을 이어가는 불멸성을 갖지만 좀 더 나은 유전자가 나타나면 교체될 수 있기에 잠재적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따르면 위정자들은 정치적인 장기 생존을 위해서라도 국민을 향한 가벼운 언행과 무책임함의 DNA를 끊어내고자 힘써야 한다. 그래야 국민 불신과 스트레스를 유발해온 권력자들의 DNA도 좋은 형질로 바뀌어 계승될 수 있다.

[벤처과학부 = 김병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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