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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필동정담] 생색내다가 뺨맞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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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네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가 22일 통과시켰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온다. 40대와 50대는 "왜 우리만 빼놓고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느냐"고 불만이다. 여성단체는 "왜 성차별·성착취 온상인 유흥주점에도 새희망자금을 200만원씩 지급하느냐"고 불만을 쏟아낸다.

다른 한편에서는 '4인 이상 가족'을 도매금 취급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을 가구별로 지급했다. 1인 가구는 40만원을 줬다. 가족 수가 늘어날 때마다 20만원씩 더 주다가 '4인 이상 가구'에는 100만원으로 퉁쳤다. 4차 추경에서도 마찬가지다. 휴폐업·실직한 가구에 '긴급 생계지원금'을 줄 것이라는데 이때에도 1인 가구에는 40만원을 주고 '4인 이상 가구'에는 100만원으로 퉁친다. 아들·딸 많이 낳으라며 '다둥이 가정' 칭찬하더니 이럴 땐 '5인 가구'를 본체만체한다. 할아버지·할머니 모시는 '효도 대가족'도 모른 척이다.

국민이 어려울 때 나라가 도움과 희망을 주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나랏돈이 네 돈이냐"는 질타가 나올 정도로 세금을 무작정 써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와 여야는 올해 네 번이나 추경을 편성했다. 5·16 군사정변이 일어난 196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나라 예산을 얼마나 무계획적으로 사용했으면 1년에 네 번씩이나 예산안을 뜯어고치겠는가. 정부가 4차 추경으로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씩을 주겠다고 했을 때 국민 58%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한정된 예산을 보다 효과적이고 시급한 곳에 사용하라는 국민의 뜻이리라.

그러니 대통령이나 총리가 '작은 정성' 운운하며 생색낼 때가 아니다. 1년에 네 번이나 예산안을 뜯어고친 그 무계획적인 안목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나마도 오락가락하고 들쭉날쭉한 기준으로 불만을 사고 있다. 남의 떡으로 생색내려다 뺨 맞는 꼴이다. 나랏돈을 뚜렷한 기준도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쓰려고 하면 뺨 맞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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