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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고] 그린에너지 기술강국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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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에너지는 물과 공기처럼 인류에게 꼭 필요한 생존 수단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에너지 중에서 가장 사용하기 편리하고, 다른 종류로 변환이 용이한 것이 바로 전기에너지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장기전원개발계획과 전력수급계획 등 국가의 지속적인 관리 덕분에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품질이 좋은 전기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기존의 전력생산에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가 주로 사용됐다. 이제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지구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정연료를 사용한 환경친화적 전력생산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80여 년간 서울의 밤을 밝혀온 당인리 석탄화력 발전소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최첨단 친환경 LNG 발전소가 들어섰다. LNG 발전이 석탄발전에 비해 온실가스를 50% 이상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LNG 발전 주기기인 가스터빈을 국산화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며 고부가가치의 첨단기기다. 금속이 녹는 온도보다 무려 800도 이상 높은 연소 가스가 수십 t 무게의 회전체를 고속회전 시키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가스터빈 설계 기술을 보유한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기술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가스터빈 기술 국산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간산업체는 시대에 걸맞은 신산업을 발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기술개발에 매달렸고 대학도 꾸준히 필요한 우수 인력을 양성해왔다. 무엇보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340여 개에 이르는 국내 부품 업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가스터빈 국산화 개발은 대표적인 산학 협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 역사적인 개발 결과를 우리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국내 발전시장조차 전량 외국산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가스터빈이 원활하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충분한 판매·운영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범국가적 차원에서 실증사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선진국들에서도 초창기 가스터빈 개발 과정에 국가가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가스터빈 제조사들은 자국의 국가 경제성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한국판 뉴딜정책의 한 축인 그린뉴딜의 핵심은 기후변화를 대비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국가적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상대적으로 청정한 연료를 사용하는 가스터빈 발전은 당면과제인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거두면서, 궁극적인 목표인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고부가가치 가스터빈 산업의 활성화는 발전회사와 제조자 그리고 관련 중견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고, 국가 기간산업 분야에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하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가스터빈 발전은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전기 품질에 민감한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ICT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함으로써, 디지털 뉴딜정책의 성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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