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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학교의 안과 밖] 아이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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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로 인류에게 커다란 가르침을 주었다. 그러나 이 말속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지혜가 숨어 있으니, 바로 인간들은 무엇에 의지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유한성을 지닌 존재라고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특성은 가장 취약해지는 아동기나 노년기 등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경향신문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얼마 전 화재를 당한 어린 두 형제는 과연 무엇에 의지해 살아왔던 것일까? 이런 것을 궁금해할 자격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안타까운 소식에 생각은 정처 없이 떠돈다. 두 형제가 막 사고를 당하기 전 편의점에 들어서는 모습을 전하는 텔레비전 뉴스도 있었다. 두 아이와 함께 편의점을 들어서는 것은 바로 아이들의 ‘씽씽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배가 고픈 날에도, 심심하고 허전한 날에도 씽씽이를 타고 외로운 세상을 달려 나갔을지 모른다. 세상의 무관심을 뒤로하고 어딘가에 있을 행복을 향해 두 아이의 씽씽이는 힘차게 굴러갔을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그 순간 도대체 우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자책이 밀려온다.

‘저출산 현상’이 심각해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순간에도 우리가 아이들 손에 쥐여주며 의지하도록 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나마 그것들은 또 얼마나 충분하게 주어지고 있는가 역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란다면, 아동복지와 아동정책의 현실은 특히 아이들의 피를 먹고 자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너무도 참혹하고 끔찍하다.

이런 현실을 부추기는 데에는 아동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아동정책의 현실이 한몫을 하고 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어요’ ‘나는 배고프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고 싶어요’ ‘나는 무섭지 않고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나는 행복하고 싶어요’라는 아이들의 외침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말이다.

두 형제들에게 씽씽이와 급식 카드 외에 무엇을 더 줄 수 있고, 무엇이 더 필요할지를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아동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부모의 삶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살아내도록 강요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바꾸어나가야 할까?

특히 외롭고 힘든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 건 우리 아이한테는 필요 없어요,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건 내가 잘 알아요’라는 말을 부모님들의 방패막이로 삼아 사회와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더욱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우리의 의지가 확고할 때만이 두 아이는 씽씽이를 멈추고 우리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자신들이 행복해지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아이들은 비로소 이 넓은 사회에도 씽씽이 말고 더 의지할 만한 것들이 있음을 알고 평안하게 미소지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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