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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가슴으로 읽는 동시] 우리 동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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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사과를 낳고

사과가 배를 낳는다

우리집 감 한 상자

옆집으로 보냈더니

사과 한 바구니가 왔다

그 사과 몇 개 윗집에 보냈더니

커다란 배 두 개가 왔다

뱅뱅,

동네를 맴도는 웃음소리.

과일들은

자기 닮지 않은 과일을 낳으면서

웃음도 함께 낳는다.

-서금복(1959~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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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동네가 있다, ‘감이 사과를 낳고/ 사과가 배를 낳는’. ‘우리 동네’다. 나눔이 줄을 잇는 동네. 나눔은 마음을 조금 덜어주는 것. 감과 사과와 배를 나누는 소박한 나눔으로 인심도 낳는다. 인심은 마음을 따듯이 데워주는 것. 인심이 낳은 웃음이 메아리처럼 울리는 동네. 나눔, 인심, 웃음이 손잡고 살아 따스하다.

우리 옛날에는 이랬다. 가난해도 나눴다. 살기가 나아지면서 나눔은 오히려 가난해진 듯. 과일이 무르익고 곡식이 영그는 철. 우리 인심도 가을 따사로운 햇볕에 익혀보는 게 어떨지. 마음 나눗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가짐이 무거우면 한가위 보름달과 살짝 나누는 것도 괜찮겠다.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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