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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경제와 세상] 코로나19 재앙을 축복으로 만들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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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주 비대면 토론회를 잇따라 열었다. 집값 폭등에 부동산투기 대책으로 제안한 ‘부동산시장 상설감독기구’ 도입을 위한 토론회 발제를 맡았는데, 갑자기 2단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발령으로 연기돼 한 달여 만에 ‘화상 대면’ 토론회로 열렸다. 발제자와 패널들 모두 화상으로 연결했고 ‘온라인 객석’에 언론을 비롯한 수십명이 참여했다.

경향신문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다른 하나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주관으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위기대책에 대한 중장기 국가과제를 만들기 위한 국민토론회다. 전국의 국민참여단 500여명이 이틀 동안 온라인으로 발제를 듣고 분임토의와 질의응답을 거쳐 최종적으로 국민의견을 내는 방식이다. 화상 대면 토론회의 압권은 행사 참여자와 500명이 넘는 국민참여단이 함께 온라인 기념촬영하는 장면이었다.

함께 모여야 직성이 풀리고 공론화 절차이기에 비대면 방식은 낯설고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의제 집중력과 성과도 좋았고 참여자를 크게 늘리면서도 경비까지 절감했다. 신기한 건, 대면 방식 신봉자였던 내게 왜 꼭 모여 행사하는지 의문이 생겼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도리 없이 ‘비현실적인’ 세상에 살게 된 국민들의 삶과 사업현장은 정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뀌고 있다. 평범한 일상조차 힘겨워진 국민들은 기존의 정치와 경제시스템이 아니라 늘 후순위로 밀린 ‘구호’들을 당장 실천하라고 요구한다. 경제도 생채기 난 채로 과거 성장경제로의 복귀가 아닌 새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경제질서를 위한 뉴노멀은 무엇일까?

먼저는 ‘그린’이다. 코로나19는 물론 최근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기후변화에서 왔다는 것은 명백해졌다. ‘그린뉴딜’은 이전 정부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의 기후변화와 경제정책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와 소비 차원에서만 다룰 뿐 블루오션 산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못한다. 예컨대 이번 온택트 토론회에서 발제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산업으로의 전환 로드맵 마련’ 의제만 해도 그렇다. 세계 7대 자동차 생산국인 만큼 정부와 업계가 함께 경쟁력 있는 친환경차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은 물론 국민생활과 산업 전반에 일자리와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그린경제를 중심에 놓아야 한국 경제의 미래가 가능하다.

둘째는 ‘공정’이다. 보편방식이든 선별방식이든 2차에 걸친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정부부문도 공정경제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체험했다. 정부도 공정경제를 지향하고 때마침 야당도 경제민주화를 지향하고 있다. 흔들리는 경제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자본가와 기득권계층의 의무와 사회적 책임, 경제적 약자의 적극적 보호, 땀 흘린 노동가치의 존중, 불로소득과 불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환수와 처벌, 국민의 주거권 보호장치 등 공정경제를 위한 입법과 행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혁신’이다. 국회는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안을 통과시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영업제한을 받은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에게 명절 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K방역은 재정 역할과 경제적 기능까지 하는 것이 다시금 입증됐다. 미리 준비한 ‘진단키트’처럼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경제생태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행정과 산업혁신에 국가역량을 집중할 때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속에 고향 마을 어귀에 ‘고향 오면 불효자’라는 플래카드가 붙을 정도로 마음놓고 고향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산업현장 곳곳에서 폐업과 실업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맞는 명절이 제대로일 리 없다. 그동안 경제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속절없이 미룬 그린, 공정, 혁신의 포용적 경제를 이제라도 경제중심에 바로 세운다면 코로나19 재앙도 한국 경제에 축복이 될 수 있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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