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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쉼과 만남 그리고 놀이가 어우러진… 학교, 미래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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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 ‘미래교실 사업’ 눈길

세계일보

인천해서초교는 기존 유휴공간이던 특별실을 학교 구성원과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해서초등학교는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가장 필요한 공간에 대해 여러 차례 의견을 모았다. 유휴공간인 특별실을 변화시키는 게 핵심이었다. 노래방으로 꾸미면 어떨까, 보드게임방을 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등 저마다 개성이 담긴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쉼과 만남, 놀이를 위한 곳’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우주인(우리가 주인)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설계에는 전문 건축사와 더불어 학생들이 참여해 직접 그려나갔다. 똑같은 책상과 의자로 가득했던 교실 풍경은 당초 꿈꿨던 모습보다 획기적으로 탈바꿈했다. 어린 학생들의 행동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특히 마음껏 뛰며 에너지를 발산하면서도 수업 시간에는 차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 호응도가 높았다. 아이들의 미래교실은 이렇게 완성됐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사용자 참여설계를 통한 ‘학교공간혁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학교를 학생 중심의 유연한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학습·놀이·휴식 등 균형 잡힌 공간으로 조성하는 게 목표다. 인천시교육청은 ‘삶의 공간으로서의 학교, 미래를 담다’를 주제로 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참여로 설계가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낡은 건물이 새단장되는 리모델링 공사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건축전문가인 ‘퍼실리테이터’(촉진자)는 교육과정 운영과 연계해 전문적으로 지원한다. 학내 구성원들이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놓고 창의적인 의견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기 기획부터 참여한 촉진자는 일련의 아이디어를 투시도 같은 사실감 있는 모형으로 구현해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생과 교사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다시 디자인을 개선한다.

◆학습자 맞춤형 공간으로 꾸민다

5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인화여자고등학교는 대학 캠퍼스에 버금갈 정도로 교내 시설이 우수하다. 봄이나 가을의 화창한 날씨에는 야외수업을 자주 진행할 만큼 녹지가 넓게 조성돼 있다. 반면 넉넉한 공간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컨대 학생들의 이동이 많은 2층 중앙통로는 창문 없는 콘크리트 벽으로 된 방송실이 가로막아 낮에도 매우 어두웠다. 이에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반영할 필요가 있었고, 벽면을 유리로 교체함으로써 오픈스튜디오 형태의 방송실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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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마련된 인천부흥초교 놀이터 ‘재미로’에서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내 공간을 혁신하는 것으로 ‘미래교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습자를 중심에 두고 창의적이며 개별화된 교육, 융합적인 교육을 추구한다.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데 먼저 미래교실 ‘교실형’은 특별교실에 대해서 미래지향적 학습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한다. 또 ‘학년형’의 경우 한 개 학년의 공간을 모두 뜯어고쳐 새롭게 하는 것이다. 공모를 통해 정해진 3개 초등학교는 앞서 사용자 참여설계로 완성된 도면대로 공사를 마쳤다.

2020년도 사업은 교실형 45개, 학년형 4개 등 모두 49개교에 예산을 추가 투입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원도심 학교와 관련해서는 교육환경의 균형적 발전을 염두에 둔 곳이 전체 49곳 중 15곳을 차지한다.

인천시교육청은 일선 현장에서도 일정을 무리 없이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오픈 아카데미와 성과 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교직원·학생·학부모 간 공감대 확산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학교장, 담당교사, 행정실장 대상으로 우수한 사례를 공유하는 인사이트 투어(체험형 연수로)도 실시한다. 이 외에 여러 학교의 디자인 특성을 비교·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결실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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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도서실 기능을 유지하며 다목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변화를 준 동암중학교 복합공간 투시도.


◆가고 싶은 학교, 머무르고 싶은 학교

신설학교는 설계 시점부터 공간혁신사업에 포함하고 있다. 2022년 개교 예정인 1개교, 2023년 12개교를 포함해 총 21곳에 대한 미래지향적 학교공간 창출이 시작됐다. 세부적 공간개념과 각계 이용자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실시설계자문위원회를 거치게 된다. 교육과정과 급식, 사서 등의 업무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분야 장학사 및 담당자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학교공간혁신지원팀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퍼포먼스홀, 학생자치실, 커뮤니티마루, 다목적실, 홈베이스(사물함이 모여 있는 곳), 유희실 등을 밑그림에 반영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의 미래학교를 선보이기 위해 칸막이 행정에서 벗어나 여러 부서가 함께 만드는 협업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설계 중인 학교의 신축에 적용 가능한 공간 협의, 학교·학급별 프로그램 규모에 따른 교실의 용도 및 규모 검토, 신설학교 설계 방향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특히 인천의 지역적 특성인 원도심·신도심, 도서·벽지 간 공존과 상생이란 균형에도 초점을 맞춘다. 노후화된 학교는 개별적으로 공간혁신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미래사회 주역인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교육활동을 통해 학습과 놀이, 휴식 등이 적절히 어우러진 삶의 공간으로서 학교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철학을 담아 타 시·도 교육청은 교육시설과에서 담당하는 것과 달리 인천시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과·교육시설과가 이번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써 교육과정 연계는 물론이고 사용자 참여설계의 과정에서 소통과 참여의 가치에 중점을 둔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공간혁신의 핵심은 미래학습 환경의 변화에 기반해 학생들의 참여와 소통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학교공간 주권을 마련해가는 것”이라며 “인천의 꿈나무들이 그리는 꿈이 영글면서 진심으로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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