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누르면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이 나라들에서 ‘1층’으로 표시된 층은 실제로 2층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1층은 영문으로 ‘로비(Lobby)’의 첫 자인 ‘L’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땅을 밟을 수 있는 지면이 항상 1층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건물이 경사지에 위치하면 2층이나 지하가 지면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가 없다. 엘리베이터 안을 자세히 보면 층수를 표기한 버튼 옆에 별표(★)가 그려져 있다. 내려서 지면을 밟을 수 있는 층을 의미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약속이다. 지구촌 어디서나 신호등은 빨간색과 녹색, 장애인을 위한 주차공간은 하늘색으로 칠해진 것과 같다.
미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피크닉 테이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장자리 하늘색 칠한 부분이 장애인석이다. [박진배 교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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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자나 신체적 약자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단어 뜻 그대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오래 걸어서 다리가 아프면 계단보다 램프를 이용하고 싶다. 유모차나 대형 트렁크를 끌면서 움직일 때 교차로 앞 도로와 보도 경계석 사이에 단차가 없는 것이 편하다. 은행이나 관공서, 호텔 등에서 창구를 낮게 하고 의자를 배치해 놓는 건 어린이나 노약자, 휠체어를 탄 고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도쿄역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 [박진배 교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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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앉아서 업무를 보면 편하다. 우리는 매일 물체와 교류한다. 디자인의 목적은 기능적으로, 미적으로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고 향유하는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핵심은 ‘포용’이라는 세계 공통의 언어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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