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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50] 유니버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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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설계’, ‘범용 디자인’ 등으로 번역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제품이나 공간, 서비스의 이용에 있어서 누구나 제약을 받지 않도록 만드는 개념이다. 공평한 사용을 염두에 두는 디자이너의 의식적 노력이다. 대표적인 예들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여행 중 들르는 도시의 관광지나 공항의 안내소 간판에는 영문 소문자 ‘아이(i)’가 크게 쓰여 있다. 안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 (information)’에서 첫 자를 따왔지만 보는 사람들은 영문 알파벳으로 추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표시 자체가 세계 공통어로 안내소라는 뜻이다.

간혹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누르면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이 나라들에서 ‘1층’으로 표시된 층은 실제로 2층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1층은 영문으로 ‘로비(Lobby)’의 첫 자인 ‘L’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땅을 밟을 수 있는 지면이 항상 1층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건물이 경사지에 위치하면 2층이나 지하가 지면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가 없다. 엘리베이터 안을 자세히 보면 층수를 표기한 버튼 옆에 별표(★)가 그려져 있다. 내려서 지면을 밟을 수 있는 층을 의미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약속이다. 지구촌 어디서나 신호등은 빨간색과 녹색, 장애인을 위한 주차공간은 하늘색으로 칠해진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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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피크닉 테이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장자리 하늘색 칠한 부분이 장애인석이다. [박진배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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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자나 신체적 약자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단어 뜻 그대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오래 걸어서 다리가 아프면 계단보다 램프를 이용하고 싶다. 유모차나 대형 트렁크를 끌면서 움직일 때 교차로 앞 도로와 보도 경계석 사이에 단차가 없는 것이 편하다. 은행이나 관공서, 호텔 등에서 창구를 낮게 하고 의자를 배치해 놓는 건 어린이나 노약자, 휠체어를 탄 고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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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 [박진배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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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앉아서 업무를 보면 편하다. 우리는 매일 물체와 교류한다. 디자인의 목적은 기능적으로, 미적으로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고 향유하는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핵심은 ‘포용’이라는 세계 공통의 언어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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