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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기업들은 매일 발버둥, '너무 걱정말라'면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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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규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개정 및 제정안에 대해 “경제를 국가 권력에 완전히 귀속 시켜 버릴 법안”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들 법안은 1980년대 기업 생태계를 보는 시각에서 준비된 것”이라며 “야당인 국민의힘은 미래지향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줄·푸 세’(줄인건 줄이고 풀건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를 만든 주역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도 활약한 김 원장은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설계자다. 문 대통령이 ‘개혁적 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소개할 만큼 식견과 균형 감각을 인정 받은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맡았지만 잘못된 정책이 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며 쓴 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2018년 12월 스스로 자리를 물러났다.

그의 비판을 새삼 주목하는 이유는 기업 규제 3법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정치권의 태도와 낡고 시대착오적인 기업관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매일 생사의 절벽에서 발버둥치고 있다”고 말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그제 여야 대표를 찾아가 법안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전하고 호소와 설득을 반복했지만 대답은 “너무 걱정말라” “외부 의견 듣겠다”는 정도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은 10분에 끝났다. 이 정도면 문전박대가 따로 없고 “더 들을 필요 없다”는 반응과 다를게 없다.

23일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다른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여야 대표를 만났지만 결과는 별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설명하고 매달려도 정부와 정치권의 속내와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뒤늦게 법안 검토와 대안 마련에 나선다지만 법 통과전 시늉만 낼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기업들 사이에서는 “우리에게 아군은 없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이 규제, 감시에 묶인 채 투기 자본의 공격과 소송에 시달리는 동안 나라 경제에 닥칠 미래 리스크를 정치권은 걱정이나 해 봤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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