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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세입자가 잠수탔어요"…갱신청구권發 집주인-세입자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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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버티기'에 집주인 "집 비워달라" 명도소송 나서

갱신청구권 갈등, 국민청원·분쟁조정·소송전 갈수록 심화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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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세입자에게 임대차법 시행 전에 계약 연장이 불가함을 미리 설명하고, 신규 실거주 매수자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별 반응 없던 세입자가 전세 만기 한 달을 앞두고 갱신청구권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문자만 남긴 채 잠수를 탔네요."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 법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매수인, 세입자 간 갈등이 지속하면서 국민청원, 분쟁조정에 이어 소송전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이 시행(7월31일)된 지 2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분쟁 상담 및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재건축 구역에 빌라를 소유한 A씨는 실거주 기간 2년을 채워야 입주권을 얻을 수 있는 개정된 도정법에 따라, 10월 말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을 팔기 위해 실거주 매수자를 구했다.

A씨는 7월 중순 집을 내놓으면서 세입자에게 재건축 법이 바뀌어 신규 매수자가 실거주해야 돼 전세 연장이 불가함을 미리 설명했다. 이어 임대차법 시행 직전 매수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집 상태를 확인하는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만기일에 맞춰 집을 비워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몇 주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세입자는 최근 돌연 '신규 매수자가 실거주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고, 계약 만기에 맞춰 이사를 나가겠다고 약속한 일도 없다. 임대차법에 의해 2년 더 연장하겠다'는 문자만 남긴 채 연락을 끊었다.

A씨는 세입자로 인해 매수인과의 계약이 틀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세입자가 연락이 끊겨 퇴거 일정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변호사를 통해 세입자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명도소송을 하더라도 시간이 소요돼, 매수자가 계약 불이행을 문제 삼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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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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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한 B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B씨는 세입자가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나간다는 말을 듣고 실거주 목적으로 매매 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세입자가 갑자기 갱신청구권을 주장하며 2년 더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말을 바꿔 B씨는 오갈 데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 7월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법 관련 상담 건수는 1만3504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7770건)보다 74% 증가했다. 그중 임대차 기간과 관련한 상담 건수가 438건에서 2105건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특히 집주인과 실거주 매수인, 세입자 간 분쟁이 많다. 정부가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입하는 매수자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가능 시점인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등기 이전을 마치지 못하면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임대차법 시행 전 체결한 매매 계약은 적용 제외된다.

급기야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소형 로펌을 중심으로 A씨와 같이 갱신청구권과 관련한 분쟁 상담이나 명도 소송 등에 대한 문의가 점차 늘며, 임대차보호법 갈등은 급기야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갱신청구권 도입 초기에 따른 집주인과 세입자 간 혼란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관련 송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판례들이 쌓이고 4년 전세가 보편적으로 수용되기까지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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