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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지적장애인 성폭행범'이 마을 이장…알고도 뽑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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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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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전남의 한 마을에서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 혐의로 복역 후 출소한 전과자가 마을 이장으로 임명돼 논란이다.

23일 전남 고흥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동강면의 한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의 투표로 이장으로 선출된 A씨는 2015년 성범죄 전력으로 4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A씨는 과거 물품 배송 일을 하면서 옆 마을 지적장애인 2명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15년 고흥의 또 다른 마을에서 발생한 지적장애 여성 집단성폭행 사건에도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40~70대 마을 주민 남성 4명이 수년간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해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다.

A씨는 4년간 복역을 마치고 지난해 4월 출소했다. 출소 후 A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마을 주민들은 새 이장을 뽑기 위해 마을 총회를 열었다. 전임 이장이 연임할 수 있었지만, 한 주민이 A씨를 추천했다.

면사무소 면장은 올해 초 A씨의 성범죄 전력을 알고서도 관련 규정이 없다며 그대로 이장에 임명했다.

이장 임명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른다. 시행령에는 '이장은 주민의 신망이 두터운 자 중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읍장·면장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결격이나 해임 사유는 명시돼 있지 않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마을이 A씨와 같은 성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라며 "왜 A씨를 추천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마을에서 선출하면 면장은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A씨가 이미 형 집행을 마쳤고, 범죄 전력이 있다고 이장이 되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어 보완이 시급하다"며 "성폭력 범죄자의 이장 임명을 제한하는 조례안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장애인이 학대받거나 피해를 입으면 가장 먼저 신고하고 지켜줘야 할 사람이 이장인데, 장애인 성폭행 전과자를 이장으로 임명했다"며 "이장은 공무 수행을 이유로 사유지에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어 여성들의 불안감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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