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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트럼프 ‘쿠바’ 때리고 ‘플로리다’ 표심 잡고…쿠바 술·시가 수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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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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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피그만 침공 참전용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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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산 럼주와 시가 수입을 금지하는 새 쿠바 제재를 발표했다. 대선 경합주인 플로리다 내 쿠바계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피그만 침공’에 참여한 퇴역군인 등 20여명을 불러 기념 행사를 열고 대쿠바 제재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산 럼주와 시가 수입, 미국인들의 쿠바 소유 호텔 숙박을 금지할 것”이라면서 “미국 달러가 쿠바 정권을 지원하지 않고 쿠바인들에게 직접 가도록 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카스트로 독재정권과 취약하고 한심하고 일방적인 합의를 해 쿠바인을 배신하고 공산주의 정권의 배를 불렸다”면서 “미국은 절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치적인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비난, 대선 경쟁 상대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쿠바 때리기’는 쿠바를 탈출해 플로리다주에 정착한 이들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선거인단 29명이 걸려 있는 플로리다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1.2%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대표적인 경합주다. 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플로리다 유권자 1380만명 중 5명 중 1명은 히스패닉계이고, 그중에서 450만명이 쿠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이날 공개한 플로리다 여론조사에서는 등록 유권자 중 트럼프 대통령(47%)과 바이든 후보(48%)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타났다. 히스패닉계 유권자만 따져보면 바이든 후보(52%)가 트럼프 대통령(39%)를 크게 앞섰다.

국제로펌 도시 앤 휘트니의 로렌스 워드 변호사는 AP에 “쿠바는 대부분의 호텔을 정부가 소유하거나 관리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미국인들의 쿠바 여행은 불가능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워드 변호사는 “새 제재는 쿠바 경제에 약간의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이번 쿠바 제재가 미국 단독으로 나온 만큼 이번 조치는 상징적·정치적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전에도 ‘피그만 침공’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미국은 1961년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쿠바 망명자들의 피그만 침공을 지원했으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9년 개혁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을 때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리틀 아바나’를 방문했다. 그는 당시 ‘피그만 침공’ 참전 인사들을 만났고 참전 용사들로터 피그만 여단 배지를 선물받았다. 그는 대통령이 된 직후인 2017년 6월 리틀 아바나를 방문해 오바마 행정부의 대쿠바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트위터에 자신이 2016년 쿠바계 미국인들로부터 ‘피그만 참전 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2016년 10월 리틀 아바나를 방문했을 때 ‘피그만 침공’ 참전자들로부터 핸드프린트된 상징물을 받은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도 “4년 전에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상을 받았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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