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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긴즈버그 마지막 출근길 보자’…미 대법원 앞 조문 추모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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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한 성품 따라 가족·친지·동료 참여 18분 비공개 짦은 추도식

클린턴 부부 등 정파 초월 조문 물결…트럼프도 24일 조문 예정


한겨레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23일(현지시각) 한 여성이 해바라기를 들고,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영면을 기도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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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오전 9시30분,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누운 관이 수도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앞에 도착했다. 지난 18일 저녁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 동안 일하며, 미국 사법 역사를 새로 써왔던 곳이다. 긴즈버그의 관이 대법원 앞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그와 함께 일했던 법원 서기 등 직원들이 줄 지어 늘어서 그의 마지막 출근길을 지켜봤다.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에 대한 공식 추도 일정이 이날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비공개 추도식과 일반인 조문을 거쳐 긴즈버그의 주검은 25일 미 의회 의사당에 안치됐다가 다음주 남편이 묻힌 알링턴 국립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날 오전 연방대법원 그레이트홀에서 가족과 친지, 동료 대법관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린 추도식은 생존 겸허했던 긴즈버그의 모습을 따라 짧고 간소하게 진행됐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추도식에 걸린 시간은 고작 18분, 추도 발언을 한 것도 히브리 기도문을 읊으며 그의 영면을 기원한 유대교 라비(성직자) 로렌 홀츠블랫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 두 사람에 불과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오페라 거장을 꿈꿨으나 록스타가 됐다”며 세상을 떠난 동료를 회고했다. 긴즈버그가 어린 시절 꿈꿨던 오페라 가수 대신 대법관이 돼 미국 사회에 필요한 의견을 내놓으며 젊은이들에게 ‘노터리어스 아르비지(RBG)’로 불리며 사랑받았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는 긴즈버그가 27년 대법관으로 일하며 내놓은 483개의 다수, 찬성, 반대의견들이 “앞으로 수십년간 법원을 이끌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 안 긴즈버그가 앉던 판사석엔 검은색 양모 천이 드리워졌고, 법정 문에도 검은색 휘장이 내걸렸다. 대법원 광장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사망한 대법관을 예우하는 이런 전통은 1873년부터 시작됐다.

비공개 추도식이 끝난 뒤, 긴즈버그의 관은 일반인 조문을 위해 대법원 청사 중앙 계단 현관으로 옮겨졌다. 24일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일반인 조문 기간 동안 수천 명의 조문이 예상된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오전 11시께 조문이 시작되자 대법원 앞에는 수백명이 줄을 서는 등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인파가 불어나면서 조문을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친구와 함께 일리노이주 그레이스레이크에서 왔다는 라라 갬보니는 “긴즈버그는 법원이 우리(여성)를 인간으로 보게끔 만들었고, 우리에게도 뇌가 있으며 완전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며 “긴즈버그를 기리는 것은 어머니 세대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또다른 조문객인 레이철 린더만과 리첼 웨즈먼은 커다란 추모 물결을 만들어 긴즈버그가 미국에 남긴 유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비슷한 뜻을 지닌 이들과 함께 있으니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쪽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또 공화당 안에서 ‘오는 11월 대선 전 서둘러 긴즈버그의 후임을 지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2명의 의원 중 한 사람인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 등 정파를 초월한 정치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연방대법원을 찾아 긴즈버그에게 경의를 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간의 일반인 조문 일정이 마무리 되면, 긴즈버그의 주검은 25일 미 의회 의사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미 역사상 최초로 의회 의사당에 안치되는 여성이 되는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공식 추도식 일정이 마무리되면 긴즈버그는 다음주 남편 마틴이 묻혀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로 옮겨져, 영면에 들어가게 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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