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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네타냐후의 세탁물 스캔들···"美 올 때마다 한가득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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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교정상화 성과 가리려는 의도"

아랍에미리트(UAE) 관계 정상화 협정을 맺는 성과를 올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난데없이 빨랫감으로 구설에 올랐다. 수년간 미국에 올 때마다 세탁물을 가득 담은 가방을 가져와 백악관의 무료 세탁 서비스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24일 뉴욕타임스(NYT)는 이 문제에 정통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백악관의 영빈관 직원들 사이에서 '더러운 세탁물이 가득한 가방'으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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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출장 기간 자신의 세탁물을 담은 가방을 여러 개 가져와 백악관의 무료 세탁 서비스를 받아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진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리쿠드 당사에 도착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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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방미 기간 각국 정상들의 옷을 무료로 세탁해 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YT는 "모든 외국 정상들이 이용할 수 있는 특전이지만 바쁜 국가 정상들의 짧은 체류 기간 때문에 이용 빈도는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미국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만이 세탁물이 든 가방을 실제로 가지고 온다"면서 "그가 여러 번 미국을 방문한 뒤, (세탁물을 가져오는 게) 의도적이라는 게 분명해졌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측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세탁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가 과거 세탁물과 관련해 국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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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규탄하기 위해 라빈 광장에 모인 2000여 명의 시민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줄을 맞춰 시위를 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벌어진 ‘거리두기’를 유지한 시위모습.[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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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는 2016년 국가 정보 자유법에 따라 자신이 쓴 세탁비용이 공개될 위기에 처하자 총리실과 이스라엘 법무부 장관을 고소했다. NYT는 "판사는 네타냐후의 편을 들었고, 세탁비 청구서 세부 사항은 비밀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2018년 당시 보좌관은 "네타냐후의 아내 사라는 각종 비용을 숨기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면서 "출장 때마다 챙기는 네댓 개의 여행 가방에 드라이클리닝용 세탁물이 가득했다"고 폭로했다.

'세탁물 스캔들'은 최근까지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질 좋은 정부를 위한 운동'의 창시자인 엘리아드 스라가는 네타냐후 총리 부부가 지난해 12월 포르투갈로 하루 동안 출장을 가는데 가방 11개를 가져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총리의 세탁물 문제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여행 가방에 세탁물을 채워갔을 것이란 추측을 부인하면서 "총리의 여행 가방에는 그의 업무에 필요한 물품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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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자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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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에서는 부패 혐의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샴페인과 시가 업체로부터 20만 달러(약 2억33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재판은 지난 5월 열렸고 내년 1월 재개될 예정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스라엘 전문가인 나탄 삭스 중동정책 센터장은 "네타냐후 일가는 이스라엘에서 사치스러운 습관으로 악명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번 세탁물 논란이 지난주 이스라엘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미 백악관에서 체결한 국교 정상화 협정의 성공을 희석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성명을 통해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은 역사적인 평화 정상회담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기념비적인 업적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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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평화협정 서명식에 참석한 바레인 외무장관과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 두 번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협정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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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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