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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의사파업에 재점화한 PA논란…이해관계 얽혀 논의 답보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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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합법과 불법 사이서 의료행위

"규모 파악 어려워"…1만여명 추산

대리처방·수술봉합·동의서 작성까지

의사계는 양성화 '반대' 논의 답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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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을 반대하며 의사들이 벌인 진료 거부(파업)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병원 내 진료보조인력을 둘러싼 논란이 재 점화됐다.

파업 참여로 진료 현장을 비운 대형병원 소속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업무를 의사가 아닌 PA들이 상당 부분 대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전공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한 지 1주일 만인 지난 8월27일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하던 업무를 상당수 대신하고 있는 것은 소위 PA라고 불리는 간호사들"이라며 "위계와 권력적 업무관계 아래 놓인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PA는 병원 내에서 간호사,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이 맡고 있는 비공식 의료 직역이다. PA의 약 95%는 간호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PA는 의료법 등 국내법상 존재하지 않는 직역이지만 이들이 병원 내에서 의사들이 해야 하는 일의 상당수를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료계 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PA는 제도권 내 의료 직역이 아니다보니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내용에도 기준이 없다. 다만 전공의가 부족한 대학병원 등에서 SA(Surgical Assistant), NP(Nurse Practitioner), CNS(Clinical Nurse Specialist) 등 다양한 명칭으로 PA를 채용해 업무에 투입시키고 있다.

문제는 PA들이 병원 내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PA는 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지만 일부에서는 간단한 시술이나 처방 등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고스트 널스'라 불리는 PA…1만 명 추산

PA들은 스스로를 '고스트 널스'(Ghost Nurse)라고 부른다. 병원 내에 염연히 존재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PA는 1만 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식적인 제도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PA의 규모를 집계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29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 병원에서 총 971명의 PA가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형병원인 국립대병원 2곳과 사립대병원 13곳 등 15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PA는 762명으로 집계됐다.

또 교육부가 지난 2017년 국회에 제출한 '국립대병원 의료 지원 인력 PA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립대학병원의 PA수는 2013년 392명에서 2017년 89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PA가 병원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의료법 위반으로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PA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PA의 실태 등에 대해서는 모두 내부고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처방·수술 봉합·동의서 작성 등 업무

보건의료노조가 PA의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PA는 의료법상 의사들이 해야 하는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별 PA배치를 보면 외과, 내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에 대부분의 PA가 배치돼 있는데 이는 병원 내 전공의 인력난의 정도와 어느정도 비례한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PA가 처방전을 의사 대신 작성하는 처방 보조, 수술 관련 일을 담당하는 수술 보조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환자 수술부위나 상처부위를 봉합하는 대리 수술 ▲의사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의사 처방을 입력하는 대리처방 ▲진료기록지·진단서·사망진단서·협진의뢰서·검사 의뢰서·시술 동의서 등의 작성 ▲공휴일이나 휴일, 명절 등 의사 부재시 의사업무 대행 ▲당직 의사가 연결 안되는 야간 시 의사를 대신한 당직근무 등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PA가 의사들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의료행위이고 이로 인해 의료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간호사 개인이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PA가 행하는 의사 대리 업무는 전문적인 교육이나 자격조건이 없는 상태에서 의료법상 그 권한이 없는 무면허 의료행위, 즉 불법의료행위로서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의사업무를 대행하다 의료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 이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관 내 업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문제 발생 시 이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의료계 직역 간 이해 충돌…관련 논의 진전 없어

매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게 PA문제다. 그러나 의료계 내 직역별로 PA에 대한 이해관계가 충돌해 관련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우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의사협회(병의협) 등 의사계는 PA 양성화에 반대하고 있다. 병의협은 2018년 PA의 불법 의료행위에 책임이 있다며 대형병원 소속 교수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의협 역시 공식 입장문에서 "PA에 의한 진료는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한 의료법 제27조의 명백한 위반으로 불법진료에 해당 한다"며 "국민의 건강권, 진료에 대해 알권리, 신체의 자기결정권, 의료법상 보장된 의사들의 최선의 진료를 침해하고 법적인 책임소재의 위험성을 유발하는 불법적인 PA에 의한 진료행위를 반대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PA에 의한 진료는 불법이지만 의료기관은 의료의 영역에 비용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부도덕함과 전공의 수급의 어려움에 대한 잘못된 해결책으로 많은 수의 PA를 고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의 병원은 불법적인 요소로 인해 PA에 의한 진료 행위를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시행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환자들은 자신을 진료하는 의료인이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진료를 받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치료 결정을 내리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해결책으로 PA를 고용하는 것은 자칫 의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이들 과목의 업무를 전적으로 대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전공의 수급 불균형에 관해서는 의료수가개선, 의료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마련, 안정적 일자리확보 등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 등은 PA들이 불법의료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의사와 간호사간 업무분장을 명확하게 하고, 근본적으로는 부족한 의사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아직 PA의 양성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직종 간 업무범위 분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PA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의협, 간협 등이 참여하는 '의료인 업무범위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PA의 업무범위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와 간호사간 업무분장 협의체가 구성, 운영됐지만 직종 간 갈등과 권한의 위임에 대한 쟁점으로 PA와 전문간호사의 의료행위는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며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모르지 않지만 의사인력 부족으로 이들의 행위를 방관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상태임을 잘 아는 탓에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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