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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도둑 취임'…시민들 "자격 없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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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가 새 대부 추대하는 것 같아"

경찰, 물대포 동원해 시위 진압 나서

美국무부 "루카셴코, 합법적 지도자 아냐"

뉴시스

[민스크=AP/뉴시스]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기습 취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몇 주 동안의 거대한 퇴진 압력에 사전 예고 없이 전격 취임식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야권과 시민들은 대중의 참여 없이 은밀하게 치러진 취임식은 루카셴코에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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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취임식 강행에 수도 민스크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23일(현지시간) 영미권 매체인 CNN, BBC 등은 벨라루스 현지 경찰들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찰들이 곤봉으로 시위대를 가격하는 영상이 연이어 게시되고 있다.

지난 8월9일 대통령 선거 이후 계속되던 대선 불복 시위가 이날 정점을 맞은 배경에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기습 취임식'이 있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정오 민스크에 있는 대통령 관저인 '독립궁전'에서 비공개 취임식을 진행했다. 예고도 없이 열린 이날 취임식에는 고위공직자, 상·하원 의원, 사회 각계 대표 등 수백 명이 참가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벨라루스는 글로벌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포괄적인 안보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나는 벨라루스 국민을 포기할 권리조차 없다"고 말했다.

야권 인사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도둑 취임을 강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反)루카셴코 전선을 이끌고 있는 야권의 '조정위원회(Coordination Council)'는 "벨라루스 유권자는 '광대극'에 가까운 그 선거에서 루카셴코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시위대 수백 명은 이날 오후 6시께 민스크의 '영웅 도시' 석탑이 있는 승리의 공원으로 거리 행진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셀프 취임'을 조롱하기 위해 종이로 만든 왕관을 쓰고 나온 시위대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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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크=AP/뉴시스] 제복을 갖춰입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민스크에서 취임 후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주요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모아 예고 없이 대통령 취임식을 진행했다. 20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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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대선에서 2위를 기록한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도 이날 성명을 내놓고 "그는 벨라루스의 합법적인 지도자가 아니다"며 국민이 선출한 유일한 지도자는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직후 정권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이웃 국가인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상태다.

야권의 파벨 라투슈코 전 문화부 장관은 SNS에 "(루카셴코 대통령의 취임식에) 환희에 찬 시민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외교관은은 또 어디에 있나"고 조롱하며 "이날 취임식은 마피아들이 새로운 대부를 추대하기 위해 모인 도둑 모임 같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을 따르는 이들은 정권에 복종한 경찰과 거짓말쟁이 공직자들 뿐이라고 일갈했다.

1994년부터 26년째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루카셴코는 지난달 9일 치른 대선에서 80% 이상의 득표율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꺾고 6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벨라루스 야권은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선거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미 국무부는 성명을 발표하고 "루카셴코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정부는 벨라루스의 대선이 자유롭거나, 공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발표된 결과 역시 가짜이며, 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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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크=AP/뉴시스]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기습 취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경찰이 한 시위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몇 주 동안의 거대한 퇴진 압력에 사전 예고 없이 전격 취임식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야권과 시민들은 대중의 참여 없이 은밀하게 치러진 취임식은 루카셴코에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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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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