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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자수첩]돈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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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투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투자 광풍이 일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근무하면서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나만 주식 투자를 안 하나 싶어 조바심이 든다”고 토로한다. 친구들 단톡방에서도 종목 이야기가 오간다. 테슬라에 투자해 수백 % 수익을 냈다며 자랑스럽게 계좌를 보여 주기도 한다.

전자신문

불법 스팸인지 빤히 알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오는 무료 투자방 광고 문자에 잠시 고민도 된다. 저마다 하루에 300~500% 수익을, 하루에 수천만원 수익을 냈다며 유혹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투자 단톡방에 강제 초대돼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투자 성공 인증 샷을 보게 되기도 한다.

최근 '빚투족'(빚내 가며 투자하는 20~30대)이 늘면서 은행 대출이 급증했다. 급기야 금융 당국의 대출 한도 조정 움직임이 연일 보도되자 주변에서 “너도 빨리 '마통'(마이너스통장) 열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당장 대출할 일도 없는데 일단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든 신용대출을 받든 하라는 것이다. 대출이자보다 투자 수익이 당연히 더 클 것이라는 믿음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빚투족이 한 집 건너 한 집인가 싶을 정도다. 생활에서 느껴지는 투자 광풍은 대단하다.

누군가는 대출해 집 사면 칭찬하면서 대출해 투자하는 것은 왜 안 되냐고 반문한다. 없어도 되는 돈으로 주식 하라는 시대는 지났다고도 한다. 요즘처럼 주식 하기 좋은 환경이 없으니 적극 해야 한단다.

또 누군가는 투자하기 너무 무서운 환경이 됐다고 한다. 정부가 풀어 놓은 막대한 유동성과 함께 낮은 금리가 언젠가 초대형 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크게 벌어진 실물경제와 주가 간 괴리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 몇 개월 동안 경고해 왔다.

최근 증시가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 불안, 가파르게 오른 기술주의 차익 시현 매물 증가, 미국의 추가 부양책 지연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그래도 개인은 매일 순매수로 일관한다. '조정받은 가격에 사야 싸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금융 투자는 반드시 공부가 필요하다. 어떤 투자가 개인 성향에 맞는지 찾아내는 과정도 공부의 하나이다. 다들 사니까, 지인이 추천하니까, 유튜버가 언급하니까 따위의 말에 솔깃해서 하는 투자는 실패해도 결국 본인 책임이다. 눈앞의 돈 욕심에 현혹되지 말고 하나씩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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