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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마스크만 봐도 눈물 쪽… 아, 코로나 블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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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름 기자]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괜히 코 시큰거리고 눈물 쭉 나는 날이 있다. 무진장 울적하고 마냥 땅굴 파고 들어가는 기분이 오래간다. 그럴 때면 괜히 계절 탓을 한다. "아, 가을이라 그런가 보다"라며.

그런데 요즘은 그 울적의 정도와 양상이 좀 다르다. 내가 어떨 때 그런가 생각해 보았더니, 이게 가을을 타는 게 아니라 '코로나 블루’의 전조증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들어봤다. 지극히 개인적인 코로나 블루 자가진단 체크 리스트.

마스크 쓴 아이들 얼굴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 아침마다 현관 앞에서 마스크를 씌운다. 처음에는 마스크 씌우자마자 안 쓰겠다고 벗어던지기 일쑤였던 쌍둥이들도, 이제 마스크가 제 몸처럼 익숙해진 탓인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오히려 둘째 찌찌는 마스크를 쓰기 전 하나의 의식처럼 "엄마 잠깐만!" 하며 옷으로 입에 묻은 침을 닦고 마스크를 받아들인다. 좋아하는 주스나 젤리나 사탕 같은 것을 줘도 바로 마스크를 안 벗는다. 마스크 내려서 사탕 한 번 빨고 다시 마스크 올리고, 다시 마스크 내리고 사탕 한 번 빨고…. 이걸 사탕을 다 먹을 때까지 반복한다. 그걸 보면 마냥 기특하기도 하면서 어째 이런 세상에 살게 됐나 싶어 하염없이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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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힌 놀이터. 언제쯤 마음 놓고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을 탈 수 있을까. ⓒ전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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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된 놀이터를 보면 화를 참을 수가 없다 = 한 달 전인가, 집 앞 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부모가 양성이고, 아이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나 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매일같이 이 내용을 방송하며 '주민 여러분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동네 놀이터란 놀이터엔 전부 다 빨간색 통제선이 붙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 타고 싶다고 성화인데, 네 살짜리에게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해서 우리는 놀이터에 갈 수 없다"라고 말할 수도 없고. 코로나가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이야말로 애들에겐 코로도 안 들릴 이야기니.

그래도 함께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저 놀이터의 문이 다시 열릴 날이 오리라 생각했는데, 내 분노를 건드린 일이 하나 있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놀이터 앞에 장이 서는데, 거기 포장마차에 사람들이 득실득실하게 모여서 떡볶이며 어묵 같은 것을 사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속에서 욱하고 치밀어 올랐다.

같이 좀 참고 견디자고 놀이터를 막아놨으면, 어른들도 같이 좀 참고 견뎌야지. 떡볶이는 포장해서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굳이 이 좁은 길에 다닥다닥 붙어서 먹어야 하나. 이 동네 애들은 학교도 못 가고 놀이터도 못 가고 집에 꽁꽁 갇혀 있는데, 어른들은 좋다고 모여서 떡볶이 사먹는 그 모습에 부아가 치밀어올랐다고 해야 하나. 아니, 애들이 경제활동도 안 하고, 투표권도 없어서 이렇게 '홀대’를 하나?

자꾸 가까운 사람에게 예민하게 군다 = 네 식구가 주말마다 '집콕'만 하니 집은 치워도 치워도 난장판이고, 설거지든, 청소든 내 손이 안 닿으면 뭔가 맘이 안 놓이고, 그러다 보니 항상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예민한 상태가 이어진다. 남편은 한다고 하는데 그게 자꾸 내 성에 안 차니 짜증 내고 심통 부리기 일쑤다.

사소한 실수에도 괜히 울컥해서 한 마디만 하면 될 걸 두세 마디 더 하게 되니 매번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되기 일쑤.

평소 같으면 남편이 "잠깐 바람 좀 쐬고 와"라며 다독거린 말에 괜히 마음이 누그러져서 "됐어~ 괜찮아~" 하고 말 텐데, 요즘은 정말 예민해져서 그 고마운 말 한마디에도 "이 시국에 어딜 나가"라고 쏘아붙이게 된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그 날카로운 마음이 쉽게 무뎌지지 않아 자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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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 앞에 이런 거미가 살고 있다. 나와 쌍둥이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이 거미의 안부를 물으러 내려간다. 거미가 없었으면 정말 심심했을 것이다. ⓒ전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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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 말고도 '언택트’니, '뉴 노말’이니 이 와중에도 잘난 척한다고 문자 쓰는 사람들 보면 으스대는 것 같아 아니꼽고(이건 내가 꼬여서 그런 게 맞는 것 같다), 아침마다 도청발 문자 메시지만 보면 심장이 막 쿵쾅댄다. 이젠 이런 삶에 적응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이구, 긍정도 그런 긍정이 따로 없구나 싶어 한숨만 나온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울증’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는 편이다. 되도록 '우울감’이라고 표현하는 편이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이 우울감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우리는 정말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아이들은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편안하게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탈 수 있을까. 나는 언제쯤 다른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이웃을 사귈 수 있을까. 비누로 하도 닦아내느라 갈라진 손끝이 너무 아프다.

*전아름 기자는 36개월 남자 쌍둥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육아와 일상과 엄마와 아빠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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