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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서울 중학교 학군 개편 검토… 명문중 위에 초명문중 생기면 부동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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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중학교 배정 방식을 지원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6월 8일 오전 충북 한 중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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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의 연구용역을 맡은 공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이달 초 학부모와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중학생 신입생 배정 방법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은 시교육청이 지난 5월 발주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중학교 신입생 배정 방법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맡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와 이번 설문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시교육청은 현행 학교군별 전산추첨 방식에 지원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학교 배정은 현재 거주지 소속 학교군 내에서 전산추첨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강남1학교군은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 삼성동, 논현동, 역삼1동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강남1학교군 내 압구정중, 봉은중, 신구중, 신사중, 언북중, 언주중, 청담중 중 한 곳으로 추첨 배정받는다.

시교육청이 검토하는 배정 방식은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진학하고 싶은 중학교를 2개가량 지원하고, 만약 해당 중학교의 지원자 초과로 미배정된다면 통학 여건을 고려해 근거리 위주로 추첨되는 방식이다.

시교육청은 과업지시서에서 "중학교 학생배정 방법은 1996년 제정 이후 학교군의 수와 경계 및 배정 방법에 대한 변화가 없었다"면서 "지역 간, 학교 간 학생 수 격차가 지속 심화했다"고 했다. 지역별·학교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중학교 배정 방식 변경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만약 시교육청의 추진대로 선지원 후추첨 방식이 도입되면 중학교 배정은 어떤 방식으로 바뀔까. 신입생이 지원 가능한 학교의 범위가 어떻게 정해질지에 따라 서울 학군 지도의 지각변동이 나타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현행 학교군을 유지하며 학교군별로만 희망 중학교를 지원할 수 있게끔 선지원 후추첨 방식이 도입되면, 비교적 진폭이 작을 전망이다. 학군별 지원·추첨이라 인기 중학교 경쟁률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되고, 지원한 학교에서 떨어져도 근거리 학교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학교군이 재조정되거나 자치구 또는 서울시 단위로 지원제가 도입되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학군 선호지인 강남이나 목동 소재 인기 중학교로 다수 신입생이 지원하면 해당 중학교 경쟁률이 높아지며 탈락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이후 근거리 위주 추첨제를 적용받더라도 정원을 못 채운 원거리 중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시교육청이 발주한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초기 단계라 지원 가능 학교 범위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안갯속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에 ‘배정 방법에 가장 적절한 학교군 재설정 방안’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학교군이 바뀌거나 넓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연구용역 단계여서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서울 전역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과는 달리, 중학생들은 보다 어리다는 점에서 학부모 우려처럼 중학생들이 원거리로 통학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학교 배정은 서울시교육청이 아닌 관할 교육지원청(강남서초교육지원청, 강동송파교육지원청 등)에서 하기 때문에 교육지원청 단위를 넘어서서 배정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학군 변동이 교육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지원 가능 학교 범위’가 미지수라 현재로선 경우의 수도 여럿이다. 어느쪽으로든 지역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시교육청 의도와 달리 ‘명문의 명문화’가 보다 공고해지며 학군 선호 현상이 오히려 짙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 학교군을 유지하거나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중학교 지원제가 도입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면서 "고교 간 격차는 중학교 간 격차에서 고정되기 때문에 중학교 배정이 대학입시 결정과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지원제가 도입되면 학교군 내에서도 특정 중학교로 지원이 몰릴 것"이라면서 "학부모 입소문을 타고 명문학군 내 초명문중학교가 탄생하며 기존 학군 선호지는 더 공고화될 것"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이어 "중학교 배정 학교군이 지금보다 넓어져 강남에 살지 않더라도 강남 소재 중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배정 방식을 바꾸더라도 명문학군은 희석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중학생의 나이를 고려할때 학부모가 자녀의 명문중 입학을 위해 지나친 원거리를 통학하라고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학군 이사를 하는 것은 학습 분위기와 문화를 고려하는 측면도 크다는 점에서 명문에 입학시키려는 부모는 해당 지역 이사를 감내할 것"이라고 했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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