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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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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왕, 유엔총회 데뷔 연설서 '이란 때리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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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85)이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비판하면서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 간 평화협약 체결을 공개 지지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앙숙’인 시아파 이란 비판을 빌미 삼아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살만 국왕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왕국은 이란에 평화를 베풀었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노력도 환영했다”면서 “그러나 이란 정권은 그런 노력을 팽창주의와 테러조직 건설에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 복원을 추진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살만 국왕은 지난해 9월 탄도미사일로 사우디 석유 시설을 격추한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란이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한다면서 “예멘 국민이 이란 지배로부터 자주권을 회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멘 내전에 계속 개입할 뜻도 밝혔다.

미국 중재로 바레인·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지난 15일 이스라엘과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에는 지지를 표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공정하고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중동 평화를 이루려는 현 미국 행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살만 국왕은 이번에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다. 이는 최근 중동 정세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문제로 요동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우디는 중동의 역학구도를 ‘반이스라엘’에서 ‘반이란’ 전선으로 돌리며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걸프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수교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면 이란 때리기만큼 좋은 게 없다”며 “이스라엘과 관계개선에 대한 아랍 대중들의 불만을 정보·기술·투자 협력과 안보 강화라는 명분만으로는 다스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랍 대중들의 여론도 살펴야 하는 사우디가 당장 이스라엘과 수교에 나서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알자지라방송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 수교 문제에 유연한 반면, 살만 국왕은 좀 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설은 미국 민주당도 겨냥하고 있다. 살만 국왕이 이란 핵합의를 유엔총회 연설 의제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인 교수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이란 핵합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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