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 핑(오른쪽) 화웨이 순환회장이 23일 화웨이 커넥트 컨퍼런스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하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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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허락한다면 미국 기업 제품을 살 의향이 있다. 미국 정부가 (제재) 정책을 재고해주길 바란다."
결국, 궈 핑 화웨이 순환회장이 미국 정부에 고개를 숙였다. 23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컨퍼런스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미국의 제재는 확실히 우리의 생산과 경영 전반에 매우 큰 곤란을 초래했다”고 토로했다.
올해 5월만 해도 공식석상에서 미국의 제재를 비난했던 궈 순환회장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화웨이가 직면한 심각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이달 15일부터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에 직면한 화웨이는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용 반도체 공급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이 퀄컴과 같은 미국 반도체 회사는 물론 미국 기업의 기술이나 장비를 활용한 모든 종류의 반도체 수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허가를 얻지 못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물론이고 화웨이 자체 모바일용 반도체 '기린'을 생산하고 있던 대만 TSMC까지도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의 경우 무작정 재고를 쌓아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고강도 제재가 계속된다면 화웨이는 내년 상반기 이후로는 새 휴대폰을 내놓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벼랑 끝에 내몰린 화웨이가 생존을 위해 한 걸음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로고가 빛나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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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웨이는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궈 순환회장은 올해 5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0'에서는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궈 회장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국제 기업들이 미국의 기술과 공급망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궁극적으로 이는 미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이 지난 이번 행사에서 화웨이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반도체뿐 아니라 칩셋과 운영체제(OS) 등 각종 협력사들을 향한 강력한 '러브콜'은 덤이다.
최근 PC 및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인텔과 AMD가 일부 제품을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을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는 데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다. 실제 퀄컴은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와의 거래 허가 요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가 삼성전자와 같은 외국 경쟁업체에게만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만약 퀄컴까지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게 된다면 화웨이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궈 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생존해나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10년여간 퀄컴 칩을 구매해왔고, 앞으로도 기꺼이 퀄컴 칩으로 스마트폰을 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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