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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호주 고래 380마리 떼죽음 “애써 구한 네 마리 안락사가 인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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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3일 호주 태즈메이니아섬의 서쪽 항구 스트라한 근처 해변을 선회하던 항공기에서 포착한 긴꼬리 들쇠고래 무리의 주검들이다.호주 AAP 제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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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동부 태즈메이니아 해변에서 나흘째 고래 참극이 이어지는 가운데 24일 구조 작업에 나선 이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지난 21일부터 긴꼬리 들쇠고래(pilot whale) 무리가 모래톱에 갇힌 뒤 거친 조류를 만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애써 구해낸 네 마리가 너무 지쳐 안락사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지금까지 맥쿼리 곶의 얕은 바닷물에 갇힌 고래 숫자는 470마리 정도인데 380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동영상을 보면 바다에 온통 고래 주검들이 둥둥 떠 있다. 여태껏 70마리 정도를 구조했는데 이제 기껏해야 20마리 정도를 더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구조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런데 간신히 구조한 네 마리는 너무 기력이 소진돼 소생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안락사시키기로 했다. 해양 보존 프로젝트(MCP)의 크리스 칼리온 박사는 “우리는 이 동물들에게 기회를 주고 바다로 나아갈 수 있게 했는데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면서 “이 사례에 있어 최선의, 가장 인간적인 결정은 안락사”라고 말했다. 수의사도 고래들을 살펴본 뒤 “순전히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도” 안락사 밖에 방법이 없다고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22일에는 처음 고래떼가 갇힌 채 발견된 맥쿼리 곶에서 10㎞ 떨어진 해역 위를 날던 헬리콥터가 200마리 고래가 숨져 있는 것을 포착했다. 맥쿼리 곶에 갇혀 적어도 90마리 이상이 변을 당한 무리와 같은 무리에 속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태즈메이니아 원시산업부의 닉 데카는 “공중에서 봐도 (이미 상황이 끝나) 구조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다만 보트 한 척을 파견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호주에서는 1996년 320마리가 서부 해변에 밀려와 죽은 것이 가장 많은 고래들의 죽음이었는데 이번에 경신됐다. 거의 80%가 태즈메이니아에서 발생했는데 그 중에서도 맥쿼리 곶 일대는 고래들이 계속 찾아 죽음을 맞는 장소다. 1935년에는 294마리의 들쇠고래가, 2009년에는 200마리의 들쇠고래가 이곳을 찾아 최후를 맞았다.

왜 이들 고래들이 해마다 이맘때 이곳 해변에 집단으로 떠밀려오는지 아직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일부는 기후 재앙을, 또는 먹잇감을 쫓다가 길 탐지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 자살을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전문가도 있다. 특히 들쇠고래는 강한 사회적 연대 의식으로 유명한데 먹이를 쫓는 데 앞장서는, 나이 많은 우두머리가 목숨을 잃으면 뒤따라 모두 삶의 의지를 잃고 스스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억측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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