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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현대글로비스의 변신-해외 수주·신사업…현대차 의존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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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는 오랜 기간 ‘현대차그룹 물류사’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로 현대·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류에 의존해 매출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수주를 늘리는가 하면 자율주행, 중국 냉동 물류 등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 가치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매경이코노미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 크라운호가 독일 브레머하펜항에 기항 중인 모습. 왼쪽 위는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 <현대글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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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 수주 잇따라

▷폭스바겐과 5000억원 신규 계약 체결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폭스바겐콘제른로기스틱’과 5000억원 규모 완성차 해상운송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콘제른로기스틱은 폭스바겐그룹 내 완성차 브랜드 생산, 판매 물류를 맡아왔다.

이번 계약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폭스바겐그룹이 유럽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전체 물량을 수주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벤틀리 승용차를 독일 브레머하펜항과 영국 사우샘프턴항에서 상하이·신강·황푸 등 중국 내 주요 항만으로 운송한다. 운송 기간은 기본 3년으로 2년 연장이 가능하다. 계약 금액은 5182억원. 현대글로비스 측은 “이번 계약 물량은 현대차그룹 외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체결한 해운 계약 중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유럽~동아시아 노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통상 자동차 운송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최대 5년 계약을 맺은 것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운송 후발주자인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은 공격적인 영업 덕분이다. 대형 선박을 대거 확보해 다른 선사보다 더 많은 차량을 싣는 데 힘썼다. 자동차 운반선 수를 90여척으로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다. 이번 장기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의 비계열사 완성차 해상운송 매출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완성차 운반선 부문 내 비계열사 매출 비중은 2016년까지만 해도 40% 수준에 그쳤다. 2018년 44%로 늘더니 지난해 53%를 기록해 절반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 매출보다 외부 매출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2010년 당시 현대글로비스가 완성차 운송 시장에 처음 뛰어들 때만 해도 운송 매출의 88%가 현대·기아차 몫이었지만 그만큼 매출 구조를 많이 개선했다.

덕분에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완성차 해상운송 부문 매출만 2조원을 넘어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폭스바겐 장기 운송계약을 맺으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 수주 물량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유럽계 선사가 주도해온 글로벌 자동차 운반선 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 입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뿐 아니다. 최근에는 중국 콜드체인 시장까지 진출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립한 중국 칭다오 한국농수산식품 물류센터(칭다오물류센터)의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한 ‘베이징글로비스’ 중국법인이 운영을 맡는다.

칭다오물류센터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5년 농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외국에 최초로 세운 복합물류시설이다. 연면적 1만3669㎡ 규모로 냉동, 냉장, 상온 시스템을 갖춰 연간 2만t 물량을 취급한다. 현대글로비스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농수산식품의 해상운송, 통관, 창고 보관, 내륙운송 등 수출 전 과정을 책임진다. 중국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현대글로비스는 향후 한국 농식품을 비롯해 현지 신선식품 물류사업까지 따내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태국 최대 기업인 CP그룹과 손잡고 현지 물류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CP그룹이 태국 전역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상품 운송에 전기트럭을 투입하는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율주행 로봇을 이용한 물류사업에도 진출했다. 로봇기업 트위니와 ‘자율주행 이동로봇 생활물류 서비스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트위니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탑재 로봇의 상용화를 추진하는 스타트업이다. 복잡한 실내에서 로봇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까지 화물을 운반하는 자율주행 기술, 특허를 보유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트위니가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해 생활밀착형 물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가정, 사무실 등에서 로봇이 배송하는 택배 물품, 우편물은 물론 음식, 편의점 상품, 세탁물까지 받아볼 수 있다.

국내 최초 주차로봇도 인천국제공항에 도입한다. 운전자가 차를 특정 공간에 가져오면 팔레트 모양의 주차로봇이 차량 하부에서 차를 살짝 들어 올린 뒤 빈 자리를 찾아 주차 공간에 넣는 방식이다. 스마트 주차시스템이 도입되면 주차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과제는 없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변수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비중을 줄이고 비물류사업에 속도를 내지만 아직까지 매출의 70%가량이 현대차그룹 몫이라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에 따른 완성차 판매 감소로 현대·기아차 실적이 악화되면서 현대글로비스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현대글로비스의 2분기 매출은 3조269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7.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306억원으로 35.4% 감소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해외 완성차 공장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현대글로비스 물동량이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언제 추진되느냐에 따라 현대글로비스 실적, 주가가 급변할 가능성도 높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로 지분 23.29%를 보유했다. 여기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재단 등의 지분을 합치면 35%에 이른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 활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오너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의 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리해 정의선 수석부회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 투자·핵심부품 부문과 모듈·AS부품 부문을 분할한 뒤 모듈·AS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분할 합병이 끝나면 정몽구 회장 부자는 합병 글로비스 지분 15.8%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를 현대차그룹 지배회사로 올리는 방안도 또 다른 시나리오로 등장한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손쉽게 현대차그룹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연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되면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가 커지면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수요를 맞추려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8월 28일 하루에만 11.15% 오른 14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데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위치까지 감안할 때 현대글로비스는 향후 새로운 역할 확대에 나설 것이다. 장기적으로 완성차 해상운송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사업을 확대할 기회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촌평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7호·추석합본호 (2020.09.23~10.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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