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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툭하면 손배訴…꾼들에게 기업 놀아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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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세지는 당정 기업규제 ◆

매일경제

2018년 3월 국내 아이폰 이용자 6만3000여 명이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며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애플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아이폰 성능 저하가 일어나는 것을 알고도 소비자를 속이고 업데이트를 배포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재판부는 원고 6만3000여 명이 실제로 소송을 위임했는지 인감증명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소송에서 이겨도 큰 배상액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에서 인감증명서 제출 요구까지 받자 소송을 포기한 소비자가 속출했다. 현재 아이폰 소송 원고 수는 처음의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이처럼 기업의 행위로 손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과도하게 오래 걸린다는 문제점도 보완됐다.

그러나 24일 복수의 공정거래·집단소송 변호사들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안이 여러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대표당사자 요건을 완화하는 조항은 집단소송이 남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 제도에서는 3년간 3건 이상 소송에 관여했다면 대표당사자가 될 수 없으나 이번 법무부 안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됐다.

특히 소비자 폭이 넓고 예상 배상액이 낮은 유통업계 기업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현행법상 소비자들은 소송 과정의 번거로움에 비해 배상액이 크지 않아 굳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유통업계는 배상액이 낮아 지금까지 소비자 소송이 많지 않았으나 일반 소비자와 접촉 면이 넓다 보니 소송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노려 기획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나타날 수 있다. 기업은 소송 준비 등을 하느라 법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집단소송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된 '소송 전 증거조사 절차'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집단소송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재판부가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8년 정선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논문 '집단소송법제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개선 방향'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각국에 배심재판과 같은 요소는 배제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반기업 정서가 강한 나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는 것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며 "기속력을 가질 수는 없지만 국민참여재판 결과가 재판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영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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