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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정치권에 연일 읍소하는 재계…"5대 쟁점법안 의견서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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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세지는 당정 기업규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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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장들이 잇달아 국회를 방문한 데 이어 다음달 종합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은 최근 입법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통상 입법안이 나오기 몇 달 전부터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부작용 등을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입법 추세는 그렇지 않다.

지난 21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에 관해서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저희 기업들인데, 기업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사천리로 정치권에서 합의를 하고 있다"며 "이런 방법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4단체와 함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이 자리에서 나눴던 쟁점을 종합 정리해 다음달 국정감사 직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상법·공정거래법·노조법·중대재해 처벌법·고용보험법 등 5대 쟁점 법안에 대해 경영계가 현재 처한 상황을 종합해서 글로벌 규제와 비교해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얘기다.

가령 경영계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과 관련해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가 실시되면 상당수 기업에 투기자본이 원하는 감사위원이나 소위 '스파이 감사'가 뽑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많으면 기업들이 경영권 위기에 빠질 수 있어 경영권 방어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주주권에 대해서도 지적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소수주주가 임시주주총회 소집이나 이사·감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 청구 등 권한을 행사하려면 '6개월 이상 주식 의무 보유' 요건을 채워야 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안에 따르면 '6개월 보유' 조항이 사라져 언제든 주식 3%만 모으면 사흘 만에 소수주주권으로 기업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경영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이나 노조전임자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경영계에 어떤 방어권이 필요한지를 소상히 담겠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최근 국내 기업 규제 법안이 속속 논의 중인 것과 관련해 "한국의 규제비용(cost of compliance)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 외국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당연히 한국 법을 지켜야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징역형을 비롯한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를 감안해 그만큼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당정의 발 빠른 입법 움직임에 경제단체뿐만 아니라 일선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훨씬 크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를 거론하며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노사·노무 관련 규제가 강화된 마당에 공정거래 관련 규제까지 강화되고 있다"면서 "'샌드위치식' 규제에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로펌 고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로 동일한 사안을 두고 기존 공정위의 행정처분(과징금 등)에 검찰의 형사처분까지 더해졌다"며 "기업이 느끼는 부담은 배로 커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결정과 관련해 "최초 입법예고 이후 기업 부담에 대한 의견이 수차례 제시됐음에도 반영되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규제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과 시장 눈치를 봐야 한다는 부담이 덤으로 발생하게 됐다. 신규 제품·서비스 출시 등 창조적 발상에서 비롯되는 혁신의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경쟁사 평판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소비자를 앞세워 소송을 주도하는 등 깨끗한 경쟁을 저해하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송을 당한 기업 입장에서는 평판 하락이 가장 큰 리스크인데, 이 같은 약점을 악용해 합의를 종용하고 보상금을 타내는 사례도 우려된다.

[한예경 기자 / 전경운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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