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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총격 경찰관 모두 불기소”에 테일러 시위 미국 전역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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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브리오나 테일러를 총격해 사망케 한 경찰관을 처벌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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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오나 테일러 사건이 일어난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23일(현지 시각) 일어난 인종차별 반대 시위/WP


6개월 전 벌어진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의 경찰 총격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뿐만 아니라 애틀랜타,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등 미 전역에서 시민 수천명이 거리에 나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격한 시위로 경찰과의 충돌이 벌어진 루이빌에서는 경찰 2명이 시위대가 쏜 총에 맞았고, 이곳에선 72시간동안 통행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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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요원으로 일하던 브리오나 테일러의 생전 모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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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에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죽거나 다친 일이 몇 차례 발생했지만 테일러 사건에 대해 유독 시위가 커지는 이유는 총격을 가한 경찰관들을 기소하지 않는다고 결론났기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 3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응급구조요원으로 일하던 브리오나 테일러(26)는 퇴근 후 남자친구 케네스 워커와 함께 잠든 상태였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두 사람이 사는 집의 문을 누군가가 거칠게 두드렸다. 마약 거래에 대한 수사를 하던 경찰들이 이들이 사는 집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첩보를 받고 출동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워커는 침입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총을 들고 문 앞에 섰다. 그는 문 너머로 “누구냐”고 여러차례 물었지만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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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오나 테일러 사건이 일어난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23일(현지 시각) 일어난 인종차별 반대 시위/NBC


하지만 출동한 경찰 세 명은 문을 부수고 워커와 테일러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워커는 곧장 경찰 쪽으로 총을 발사했다. 그가 쏜 총이 한 경찰관의 허벅지에 맞았고, 세 사람은 워커와 테일러 쪽으로 32발의 총을 발사했다.

워커는 총에 맞지 않았지만, 침대에서 자고 있던 테일러는 6발을 맞고 사망했다. 두 사람의 집에서는 마약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들은 아무 일 없던 듯 돌아갔다. 이후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완전히 잘못 짚었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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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메릴랜드주 챔버 공원 농구장에 650㎡ 크기로 그려진 브리오나 테일러의 얼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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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의 어머니는 테일러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관들을 살인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23일 켄터키 대배심은 경찰관들이 총격을 가한 행위는 ‘정당방위’이기 때문에 불기소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세 경찰관 중 한 명은 기소됐지만 그조차 테일러 사망 때문이 아니라 테일러의 이웃 가족을 위협한 혐의다.

대배심 결과에 분노한 시민들은 브리오나 테일러의 이름과 함께 ‘경찰 폐지’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외치며 거리를 점령했다. 테일러가 간호사라는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던 것, 응급구조요원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70년만에 공화당 소속으로 첫 흑인 주 법무장관이 된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주 법무장관도 나섰다. 그는 “모든 사실을 종합해볼 때 테일러 남자친구의 총격에 경찰관이 허벅지를 다쳤고, 경찰관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맞대응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며 “그들은 임무를 다했고, 부주의하게 행동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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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주 루이빌에 마련된 브리오나 테일러 추모공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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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나 역시 흑인이고 이 사건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며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어머니도.. 매우 힘들 것이다”고 말하며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이어 “테일러의 어머니의 얼굴에서 그 고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수의 대중이 원한다고 해서 정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냥 복수일 뿐이다”며 시위대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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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각) 대니엘 캐머런 미국 켄터키주 법무장관이 브리오나 테일러 사건에서 테일러를 쏜 경찰관이 불기소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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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훌륭하다,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 법무장관은 환상적인 일을 했다”며 “그는 스타”라고 했다. 반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오늘의 평결은 책임을 물은 것도, 정의에 부합하지도 않는다”며 “형사 사법 체계는 썩었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테일러 측 변호인 벤 크럼프 변호사도 대배심 결정에 대해 “터무니없고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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