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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fn스트리트] 기업인 국감 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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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대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되자 해당 기업의 국회 대관팀 전원이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최고경영자(CEO)가 국회로 불려와 TV 앞에 서는 걸 막지 못한 데 대한 문책이었다. 기업 대관팀의 최우선 과제는 CEO의 국회 증인채택을 온 몸으로 막는 일이다.

국감은 국정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작업이다. 증인채택은 그 하이라이트다. 물론 중대한 탈·불법 행위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공공기관이나 기업 경영진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 국민 대신 잘못을 따져 책임을 묻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국감의 핵심 기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호출이다. 여야는 이번에도 5대 그룹 총수를 비롯, 수십명의 기업 경영진을 무더기로 부를 참이다. 이 중 농해수위는 삼성·현대차·SK·LG·한화 등 주요 대기업 경영진을 대거 증인채택했다. 특히 금융과 공정거래를 다루는 정무위에선 20여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대상도 인터넷·금융·자동차·유통·건설 등 다채롭다. 어떤 여당 의원은 작심하고 몇몇 대기업 총수를 따로 신청했다.

국감에 호출된 기업인 수는 18대 77명, 19대 124명, 20대 150명 이상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증인으로 불러놓고 단 한마디조차 물어보지 않고 돌려보낸 기업인도 부지기수다. 국회 사무처는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감일정과 증인신청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여야는 귀를 닫은 모양새다. 증인신청의 책임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증인신청 실명제'는 오히려 국감스타 부상을 노리는 의원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다.

호통·망신주기·길들이기 등 국감 구태는 이제 접을 때도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기업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기업을 옥죄는 공정 3법도 모자라 전 산업분야 집단소송제라는 규제법안까지 추가로 예고됐다. 이래저래 한국 기업은 고달프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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