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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추석대목인데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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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방 재래시장에서 대목장 풍경이 싹 사라졌다. 24일 광주광역시 대표 전 통시장인 말바우시장은 추석 전 장날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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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앞 장날인데도 손님은 평일 수준입니다."

24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 지난달 상인 2명 등 3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상점 문을 닫는 등 홍역을 치렀지만 지금은 방역을 마무리하고 장사를 재개했다.

평일에도 주차할 곳이 없었던 시장 내 주차장은 곳곳이 비어 있었다. "장사 좀 되느냐"는 질문에 한 빵집 상인은 "손님이 평일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 일부 구간에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말바우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점포는 661개이며 설·추석 등 명절 때는 5만명이 찾는다. 그러나 올해는 명절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손님이 2만명 수준이다. 명절 하루 예상 매출액도 30억원에서 1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 박영우 상인회 총무는 "씀씀이가 많이 줄었고 머무는 시간도 짧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왁자지껄한 명절 대목장 풍경을 바꿔 놓았다. 매일경제가 전국 주요 전통시장을 둘러본 결과 차량과 인파로 혼잡한 시장 풍경은 찾기 힘들었다. 소비자들도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아 상인들을 애태웠다. 지역마다 비대면 장보기라는 생소한 장면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지난 23일 오후 1시 한강 이남 최대 규모 전통시장인 대구 서문시장. 건어물을 파는 김 모씨(65·여)는 가게 입구에 앉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명절 대목은 평일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올해는 장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주말 손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5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씨(67)는 추석 장사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이씨는 "전통시장이 어렵다고는 해도 올해처럼 어렵기는 20년 넘게 장사하면서 처음"이라며 "누구는 명절 기분을 내고 있는데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평일 3만명, 주말에는 4만명이 찾는 인천 최대 모래내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평일 손님이 2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심상규 모래내시장 상인회 사무국장은 "처음 와본 사람은 코로나19에도 사람이 북적인다고 하는데 모르는 소리"라며 "올해 추석 손님은 예년 대비 30~40%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씀씀이도 예년만 못했다. 24일 오전 울산 전통시장인 태화시장도 손님이 평일 수준으로 예년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명절 먹을거리 마련보다 제사상에 올릴 제수용 음식을 주로 구매했다. 상인들은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면서도 추석 앞 마지막 5일장이 열리는 25일 대목장에 기대를 걸었다. 송옥순 씨(67·울산 울주군 범서읍)는 "자녀 4명이 모두 결혼해 서울에 사는데 추석 때 내려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그래도 명절 제사는 지내야 해서 시장을 보러 왔다. 작년 추석에는 50만원어치 장을 봤는데 올해는 10만~20만원 정도만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울산 동구 남목전통시장 상인회는 비대면 장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2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 서비스는 남목시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정육, 과일, 건어물 등 선물 목록에서 하나를 선택한 뒤 원하는 시간에 차를 운전해 시장에 가서 선물을 받아 가는 방식이다. 일종의 드라이브 스루 장보기다.

남목시장은 올해 정부 지원 시장에 선정돼 축제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열지 못했다. 축제 비용의 용도를 고민하다 코로나19로 장보기를 꺼리는 소비자를 위해 비대면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남목시장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에 따르면 24일 오전까지 700만원 상당의 선물세트가 판매됐다.

[박진주 기자 / 지홍구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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