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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독감 백신’ 파장…승격 뒤 첫 시험대 오른 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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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접종 몰리고 일각선 폐기 주장

정은경 신뢰만으로는 수습 힘들듯

“조달·공급체계 개편방안 마련해야”


한겨레

22일 서울 송파구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독감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인플루엔자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22일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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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상온 노출 사고로,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던 질병관리청이 승격 약 열흘 만에 생각지도 못한 ‘신뢰의 시험대’에 올랐다. 무료접종용 백신을 두고 높아지는 불신은 정은경 질병청장이 쌓아온 신뢰의 이미지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24일, 신성약품의 유통 도중 상온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큰 백신 750도스(1회분)를 1차로 수거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질병청은 식약처, 경기 김포시와 함께 전날부터 신성약품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사실 확인’과 별개로, 정부는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작성한 허가된 백신의 안전성 시험 자료에는 독감 사백신(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해 제조한 백신)이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전하다고 돼 있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저온 유지 원칙을 어긴 것은 분명 문제지만, 사백신이 상온 노출 영향을 적게 받는 건 사실이다. 제조 단계에서부터 버틸 수 있는 상온 노출 시간을 고려해 안전성 검증을 한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500만도스를 못 쓴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료접종 백신은 못 믿겠다’며 유료접종을 선택하는 이들이 속출하는 등 불안과 불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야당과 일부 의사들은 검사 결과에 상관없는 ‘폐기 공세’도 펴고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설령 문제가 없어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성명을 내어 “어느 의사가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겠냐”며 폐기를 요구했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런 상황에 놓인 질병청의 행정력·정무능력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 구성원이 의사나 연구자 등이라 전문성은 높지만, 직접 사고에 대처하거나 악화된 여론을 수습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백신 조달·공급 체계까지 대수술하는 방안을 함께 내놔야 할 텐데, 기존 체계에 제약사, 도매사, 개원가 등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얽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돌연 백신 사태가 터지면서 질병청의 약점으로 꼽히던 행정력·정무능력 부족이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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