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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 프란츠 파농 [김창엽의 내 인생의 책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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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와 정신건강

[경향신문]

경향신문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만 다시 꺼내 들어야 했다. 최근의 두 가지 관심사 때문인데 하나는 인종과 식민주의 문제, 또 하나는 정신건강이다. 이 책은 1978년 ‘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본이 나왔고, 나는 그즈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솔직히 말해 내용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번역이 좋지 않았다는 핑계도 있다), 정신과 의사 출신인 프란츠 파농이 알제리 독립전쟁에 참여했다는 개인사에 끌렸다.

인종주의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강대국을 잘 알아야 한다는 ‘훈련된’ 의무감 때문은 아니다. 세계화까지 생각하면 인종주의는 우리에게도 남 일이 아닌 중요한 모순이지만, 내게 인종주의는 식민주의 또는 신식민주의를 생각하는 계기이자 생각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지식과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 권력 불평등은 필시 나 또는 우리의 ‘소외’로 귀결될 터, 내게는 특히 그런 지식을 다루는 일에 힘이 부친다.

두 번째 관심사, 이 책에서 직접 생물학적 의미의 정신건강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파농은 식민화가 개인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사람을 사물로 전락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쓴 다른 책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정신건강을 직접 다루는데,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백인이라 생각하는 유색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해방을 모색한다.

이 두 책은 떨어져 있지 않으니, 사회심리라 하든 정치심리라 부르든 그런 소외, 고통, 해방이 이 시기 정신건강의 도전과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

신식민주의와 정신건강 모두 내게는 기존 이론과 지식을 회의하고 재구성하는 데 영감을 주는 주제들이다. 이뿐 아니라 오늘까지 해서 모두 다섯권의 책을 이 기준으로 고르려 했다. 한참 뒤에도 이 책들이 (내가 부르는 이름으로) ‘비판건강연구’의 바탕이 되었다며 자신 있게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다짐한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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