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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추석 기대하냐고요? 기대가 뭐에요?”... 대목 사라진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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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추석을 일주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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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한산하다. 수입상가 직원 A모씨는 작년 추석보다 물동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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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12회동안 휴장한 모란장이 다시 열린 24일 오전 방문객이 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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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앉아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냥 앉아있는 거예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다. 추석을 단 1주일 앞둔 시점에도 시장 상인들은 기대감은커녕 한숨만 늘어 간다.

무려 12차례나 개장이 연기된 끝에 24일 재개장한 경기 성남시 모란민속5일장은 얼핏 보기에 방문객으로 붐볐다. 지정된 출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연락처를 적어야만 시장 출입이 가능했기에 장터 주위로 긴 줄이 늘어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매출은 부진했다. 대표적인 추석 대목 품목인 과일을 판매하는 주양덕(68)씨는 “추석 대목이라도 꼭 필요한 사람 아니면 과일을 안 산다. 정부에서 차례 지내지 말라고도 하고...”라며 푸념했다. 오늘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많지 않냐는 질문에는 “원래는 길 가면서 다 부딪히고 그런 정도다. 지금 테두리 때문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너무 힘들지”라고 답했다. 한 고추 상인은 “전년대비 매출을 따질 것도 없이 그냥 아예 안 팔린다”며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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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나르는 카트가 비어 있다. . 수입상가 직원 A모씨는 작년추석보다 물동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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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 실종'은 모란장과 같은 비상설장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서울 최대 재래시장인 중구 남대문시장 역시 추석 특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점심시간 근처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중앙 통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한적했다. 제수용품이 아니더라도 과거 명절이 가까워지면 시민들의 씀씀이가 커지곤 했지만 올해는 예외다. 지난 두 달간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숙녀복 매장 대표 이모(69)씨는 “어제도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가게를 접을 수는 없으니 나와서 도시락만 먹고 들어간다”고 했다. 기자가 현장을 지켜본 30분 동안 상가 안으로 드는 사람은 물론, 골목을 드나드는 사람조차 전체 숫자를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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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엿새 앞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여성복 상가 거리의 모습. 거리에 행인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하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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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일주일 앞둔 2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예년에 비해 인파가 줄은 가운데 사람들이 운반 카트를 이용해 물건을 나르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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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마저도 저가 상품 위주로 장을 보다 보니 장기간 계속된 '코로나 불황'을 뒤집기는 역부족이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상회를 운영하는 정모(67)씨는 “여기서는 손님들이 저렴한 것만 사가서 (추석 대목을 맞아도) 매출이 크게 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나물과 채소를 구매한 김모(69)씨는 정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기는 좋은 것을 사고 싶으니까 마트에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불황이 재래시장의 주 고객층인 서민들에게 먼저 닥치다 보니 이들을 상대로 매출을 올려야 하는 시장 상인들마저 엄청난 고통을 체감해야 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50대 상인은 올 추석 대목에 대한 전망을 묻자 “추석 기대하냐고요, 기대가 뭐에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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