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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총격·시신 훼손…북한의 반인륜적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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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표류된 남측 민간인 사살…남북관계 최악으로

[경향신문]

오후 3시30분 실종자 발견한 북
밤 9시 상부 사살 지시 받고 총격
군 당국, 보호요청 등 조치 안 해
문 대통령 “용납될 수 없는 사건”

북한군이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인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북측 해상에서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지역에서 남측 민간인이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을 갔던 박왕자씨 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북한군이 남측 민간인을 잔인하게 사살했다는 점에서 교착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지도관리단 공무원인 A씨(47)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상태에서 실종 신고 접수 하루 뒤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북측 선원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A씨로부터 북측 해역으로 들어온 데 대한 진술을 들은 정황을 군이 포착했다.

이로부터 6시간 정도 지난 오후 9시40분쯤 북한군이 단속정을 타고 와 A씨에게 총격을 가했고, 총격 직전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어 오후 10시쯤 북측 해상에서 A씨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고, 이런 정황은 연평도 감시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은 A씨가 북측 선박에 발견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이후 피격까지 5~6시간 동안 북측에 대해 어떤 구명 조치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지난 23일 오후 4시35분쯤 유엔사를 통해 대북 전통문을 보내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답변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반응이 없는 상태다. 군 당국은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 등을 들어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A씨 시신을 바다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시신을 찾기 위해) 경비작전세력에 임무를 부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할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북한의 이번 행위를 “대한민국에 대한 중대한 무력도발 행위이며 한반도 안정과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아주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이라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다”고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전 이번 사건에 대한 첫 대면 보고를 받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알려지면서 야당 일각에선 은폐 의혹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유엔 연설이 진행되던 23일 오전은 정보의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았던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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