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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민간인 피격 후 문 대통령 ‘종전선언’ 유엔 연설···청 “15일 녹화, 18일 유엔에 보내 수정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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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간인 피격 후 문 대통령 ‘종전선언’ 유엔 연설 시점 논란

[경향신문]
남측 민간인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사건이 발생한 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사고 발생 전인 지난 15일 이미 연설이 녹화됐고 18일 유엔에 발송돼 수정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가 지난 21일 실종된 사실이 문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된 것은 22일 오후 6시36분이다. 이후 오후 10시30분, 청와대는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A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23일 오전 1시~2시30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청와대에 모여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했다. 그사이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영상이 공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 연설은 이미 녹화해 발송한 뒤였고, 이런 상황이 있을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과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하지 말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노 실장과 서 실장은 분석한 첩보 결과를 23일 오전 8시30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이번 사건을 문 대통령이 처음 인지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23일 오후 1시30분 연평도에서 어업지도선을 탄 공무원이 실종됐다고 발표하면서도 A씨가 피격 후 시신이 훼손됐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보고받은 직후인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신임 군 장성 진급·보직 신고식을 하면서 이에 대한 언급 없이 “평화의 시대”만 강조했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23일 오후 4시35분 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로 북한에 사실관계 파악을 요청하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북측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23일 밤 언론을 통해 실종자가 피격 후 화장됐다는 사실이 보도됐고, 24일 오전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회의 직후 문 대통령은 이 내용을 보고받고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첩보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첩보를 입수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청와대와 정부가 이를 공개하고 입장을 표명한 것이 적절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초 첩보 단계부터 북에 통지문을 먼저 보내 협조를 요청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총격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인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은 “본 사안은 9·19 군사합의 세부 항목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9·19 합의 정신을 훼손한 것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위반 여부를 떠나, 남측 민간인이 북한군에게 피격되는 초유의 사고도 막지 못하는 군사합의가 무슨 의미냐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합의 유지에만 매달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사고”라고 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선언을 위해 협력해달라는 정신은 아직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사고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또 앞으로 견지되어야 한다”고 했다가, “그냥 사고가 아니고 반인륜적 행위”라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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