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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정동일의혁신리더십]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는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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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리더십 흉내 내기론 성공 못해

자기인식으로 어떤 리더가 될지 고민해야

세계일보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많은 분이 주신 질문은 리더십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팀장이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좋은 팀장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열심히 리더십 관련 서적에 나오는 성공한 리더를 벤치마킹했지만 잘 되지도 않고 왠지 회의감이 듭니다”와 같은 질문들이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유명한 경영자들의 리더십을 따라 한다면 나도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성공한 리더들을 벤치마킹해서 자신의 리더십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아주 잘못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 개발의 시작단계부터 이들의 리더십을 맹목적으로 흉내 내다 보면 내가 처한 상황과 달성해야 할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고 결국 ‘리더십은 타고나야 하는 거야’와 같은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더십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는 리더십을 개발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스텝으로 ‘나는 어떤 리더가 되길 원하는가’와 ‘나는 지금 어떤 리더로 인식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자기인식(self-awareness)을 강조한다.

좋은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리더십 학자들뿐만 아니라 지난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동서양의 철학에서도 일관되게 강조한 메시지이기도 해서 흥미롭다. 서양철학의 아버지이자 아테네의 스승이라 불렸던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외침을 통해 성찰을 바탕으로 진정한 자아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식 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런 자기인식을 강조하는 철학적 사상은 1950년대에 이르러 칼 로저스와 동료들로 인해 인본주의적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으로 발전하게 된다. 인본주의적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본질과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자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위의 기대에 따라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일관된 행동이 가능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리더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이야기한다.

동양철학에서도 훌륭한 리더(군자)가 되기 위해 자기인식을 강조해 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지만 자신을 아는 자는 명철하다’고 이야기하며 타인에 대한 지식보다 자기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자도 논어에서 학습과 더불어 자기성찰을 통한 명확한 자아인식이 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자기성찰 확립을 강조했다. 최근 필자는 우연히 사상의학의 대가 중 한 분인 최병일 선생이 집필한 ‘체질탐구’란 책을 읽다가 ‘자기 체질을 아는 자만이 자기경영, 기업경영, 나아가 인간경영에 성공한다’라는 문구를 보고 철학에서뿐만 아니라 동양의학에서도 자기인식을 치유의 본질로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란 적이 있다.

성공한 리더가 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리더십을 흉내 내려 하지 말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제까지 경험했던 내 인생의 스토리가 무엇을 의미하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당신의 색깔과 정체성을 찾는 노력부터 해보자.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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